기자명 우수한 기자
  • 입력 2025.11.13 09:25
김유안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부대변인.
김유안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부대변인.

요즘 우리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을 뜻하며,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깊이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교, 기업, 공공기관에서 매년 성희롱 예방교육과 4대 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의 흔적이 남아 있다.

회의 자리에서 커피를 준비하는 사람은 대체로 여성이고, 외근이나 무거운 짐을 맡는 사람은 주로 남성이며, 아무도 그 장면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바로 그 '익숙함'이 차별의 시작이다.

익숙한 관습이 차별을 만들고, 무심한 일상이 성별의 벽을 세운다. 여성은 여전히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느끼고, 남성은 '남성이기 때문에' 역차별을 말한다. 이처럼 오래 쌓인 오해와 불신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으며, 온라인 공간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고 혐오의 언어가 일상이 되면서 공감과 배려의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때로는 그 분노가 현실의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이런 현실은 결국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부족할 때, 사회는 대립과 불신 속으로 빠져든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과제다.

'엑셀 결혼'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사랑조차 역할을 따져 누구도 더 손해보지 않으려 계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신뢰 없는 관계 속에서는 공동체의 근간인 가족도, 사회적 연대도 약해지며, 저출산, 세대 갈등, 혐오 표현 등 우리 사회가 겪는 여러 문제의 뿌리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이제 광주가 먼저 변화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광주는 언제나 연대와 공동체의 정신으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 온 도시이며, 그 정신을 계승해 '성평등의 문화'를 시민의 일상 속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이 절실하다.

첫째, 시민 참여형 성인지 감수성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한 의무교육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사례를 나누고 일상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성평등 공감 토크', '생활 속 성역할 바꾸기 캠페인'처럼 시민이 주체가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층을 위한 공감형 정책과 콘텐츠 기획이 절실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공간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광주시가 앞장서서 '젠더 공감 콘텐츠 공모전'과 'MZ 성평등 서포터즈'를 운영해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성평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공공기관과 기업에 성인지 문화 진단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회의 문화, 업무 분담, 인사 평가 등 조직 운영 전반에 성평등 가치가 반영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시민과 공유함으로써 투명한 조직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이 모든 변화는 제도 이전에 '마음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성인지 감수성은 여성만의 문제도, 남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며, 광주는 늘 시대의 변화를 앞장서 이끌어온 도시다.

민주, 평등, 연대의 가치를 품은 이 도시에서 '성평등 감수성'이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광주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작은 말 한마디가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는 사회, 서로의 다름이 존중으로 이어지는 도시를 꿈꾸며, 오늘도 우리 각자가 조금 더 민감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김유안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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