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8.21 05:30

박수현 "허용되면 1차 의료 시스템 망가지고 의료비 오를 것" vs 임경호 "의사·약사·스타트업, 안전한 의료 서비스로 편익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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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격의료 서비스 기업 텔라닥. (사진=텔라닥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코로나는 수많은 사람의 일상을 비대면으로 바꿔놓았다. 그간 국내에서 대면하는 것이 '진리'라고 여겨지던 의료 시장에도 비대면으로 어디서든 진료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가 화두로 떠올랐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시장 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 5년간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성장세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 2019년 416억3000만달러(약 49조) 달러 규모로 오는 2027년에는 3967억6000만달러(약 468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격의료 규제 완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원격의료가 보편화 되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도서 산간 지역 거주자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보다 쉽게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병원에 갈 필요 없이 간편히 관리가 가능하고, 응급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응급실 부족 현상 해결, 의료 제공자의 진료 효율성 증대 등 장점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은 62.1%로 부정적인 의견(18.1%)보다 세 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서 잘 나가는 '원격의료'…한국은 '글쎄' 

GDP 상위 15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14개 국가는 원격의료가 허용됐으며 미래 성장산업으로 힘을 싣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원격의료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지난 2018년 기준 미국으로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원격진료는 지난 2019년 미국 내 전체 진료 건수에 0.15%였으나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 선언 직후 13%를 기록해 약 10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원격의료 플랫폼 '텔라닥'은 코로나 이후 정기 회원이 2배 이상 늘어나 700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1분기 가상 상담 건수가 전년도 4분기 대비 60% 증가했으며, 1분기 3개월 간 총 상담 건수가 200만건에 달했다.  

중국도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 시장이 급속히 발전했다.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전년 대비 38.5% 증가한 680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현재 900억 위안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춘절 기간 의료건강 관련 플랫폼 방문 인원은 하루 150만명에 육박했고, 온라인 문의수도 670만건에 달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의사 인력 부족, 예약 시간 조율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정부가 직접 원격 진료 서비스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해왔으며, 지난해 1900만회 원격의료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20개 이상의 원격의료·진료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특히 병원 예약 플랫폼으로 시작한 '닥터립'은 7만5000명의 고객과 헬스케어 관계자를 중심으로 원격진료 인프라를 구축했고 현재 기업가치 11억 달러 이상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료=STATISTA)
2018년 국가별 원격의료산업 시장규모 (자료=Statista)

◆ 의료계, '의료비 상승·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문제 지적  

비대면진료 등 원격의료에 대해 국내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원격의료의 의학 및 기술적 안정성 미검증, 대형병원 환자쏠림 심화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무너짐, 의료비용 상승, 오진·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뉴스웍스와의 통화를 통해 "원격의료가 활성화됐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의료 비용이 많이 오르는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병원이 환자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굳이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원격의료를 당장 시행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면 화상 진료를 위한 장비 및 기술적인 부분이 수반돼야 하므로 자본이 필요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자본을 투자받게 되면 그 만큼 이윤을 내기 위해 의료비를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환자는 원격의료를 위한 기기를 비싼 돈을 내고 구매해야할 확률이 올라간다. 

박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 체계가 붕괴된다는 측면에서도 걱정된다"며 "원격의료로 대학 병원 등 특정 병원에 환자가 모이게 되면 동네 병원은 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다가 대면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막상 주변에 대면 진료를 받을 병원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가 발전되면 의사들은 대형병원에 들어가서 텔레마케터처럼 일하면 된다"며 "다만 1차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고 병원이 공장처럼 돌아가게 되면 환자들은 예약이 더 어려워지고, 급하면 비싼 돈 내고 응급실에 가야만 한다. 결국 기계를 통해 의사를 만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국내에서 원격의료가 실제로 도입되게 된다면 제도적인 부분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전달 시스템 등 체계가 무너지지 않게 규제나 제한을 만들어야 하고, 도입 초기 기기 설치 등으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과도한 투자 경쟁과 이윤 추구가 목적이 되지 않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닥터나우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상태다.  (사진=닥터나우 홈페이지 캡처)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에…원격의료 스타트업 '활기'

국내에서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감염병 대응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 제도 등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상태다.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에 국내 원격의료 스타트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 '굿닥'은 지난해 약국 실시간 마스크 재고 알림 서비스, 태블릿 활용 비대면 의료 접수 서비스, 원격진료 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굿닥을 운영하는 케어랩스는 올해 2분기 매출 23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고 밝혔다.

닥터나우, 엠디스퀘어 등 원격진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13개 스타트업은 지난달 20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측은 "국내 누적 원격진료는 이미 226만건인데 이 중 의료사고는 없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숨겨진 수요가 확인됐다"고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는 "한시적 허용 이후 비대면 진료가 철회된다면 그때는 대한민국에서 비대면진료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며 "OECD 32개국 G7국가에서 모두 비대면진료와 원격진료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고, 텔라닥부터 핑안까지 슈퍼의료서비스와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이에 도태되지 않고 뒤쳐지지 않게 염원하며 노력해야 하는 것이 협의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원격의료 기업은 의료계가 걱정하는 대형 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동네 병의원 등 1차 병원 위주로 가맹 의료기관을 섭외하는 등 기존 의료체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원격의료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은 입원이 아닌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말하며, 30개 이상의 병상·요양병상을 갖춘 병원을 2차, 5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기관을 3차로 분류한다.

임경호 부대표는 "코로나로 위축된 대면의료 시장에서 의료인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도화 중"이라며 "지난 7월 기준 제휴 병원과 약국 매출이 전월 대비 평균 300% 증가했을 정도로 상생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안착하고 국민의 편익과 의료인들의 업무 활성화를 도모하는 측면에 지원하고자 한다"며 "의사와 약사 그리고 스타트업이, 안전하고 정당한 의료 서비스 토대 위에 국민의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한시적 비대면진료 시행에 대한 효과성 분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보건복지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향후 원격의료의 본격 도입 가능성에 대한 발전적 논의에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시적 비대면 진료 시행에 대한 효과성 등을 면밀히 분석·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며 "비대면진료 건수 및 참여 의료기관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아 원격의료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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