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8.22 05:30

이동선 "남녀 노동자 누구나 돌봄 위한 휴직·휴가제도 쓸 수 있는 방안 마련해야"

(사진=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캡처)
(사진=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6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 A씨는 지난해 여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코로나19가 확산해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아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승진이 코앞이었지만,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회사라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웠고,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피해를 주면서 오래 휴직할 수도 없었다. 특히 아이를 돌보는 것은 그래도 ‘엄마’가 해야 한다는 '압박'이 퇴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알고 보니 A씨 주변에도 같은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나 남성 고용률과의 격차를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고용률은 74.8%를 기록했지만, 국내 여성 고용률은 56.7%에 그쳤다.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18.1%포인트 낮았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더욱이 국내 여성 고용은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국내 여성 취업자는 13만7000명 감소했으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고용률이 하락했다. 남성과 비교하면 남성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최대 2.4% 감소에 그친 반면 여성취업자 수는 최대 5.4%까지 줄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이 낮은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여성의 육아부담이 손꼽힌다.

국내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주로 30세 미만의 연령대에서는 증가하다가 30~40세 연령대에서 감소하고, 40세 이후부터는 30세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폭 상승하는 'M자형'으로 나타난다. KDI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이 감소하는 시기는 여성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와 직결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력단절여성이 일을 그만둔 사유를 살펴봐도 육아(42.5%·64만명)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즉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육아는 여성이 전담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커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자료제공=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제공=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자녀가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녀돌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 경험이 있는 경우 76.5%가, 없는 경우 68.6%가 '아빠나 다른 가족보다 엄마가 자녀를 직접 돌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퇴직 경험이 있는 경우 74.6%가, 없는 경우 67.1%가 '엄마의 일자리 조건이 안 좋다면 일보다 자녀를 직접 돌봐야 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에 여성이 취약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 '코로나19와 여성고용'에서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확산에 따른 방역대책으로 학교 및 어린이집이 폐쇄되면서 자녀가 있는 취업자의 육아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일반적으로 육아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분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육아부담이 상당 부분 여성에게 전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선 여성의 육아부담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려면 우선 공백 없는 돌봄정책이 필요하다.

그간 우리나라의 돌봄 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 실시한 '범정부 온종일돌봄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돌봄교실 이용 경험이 있는 학부모 응답자의 경우 '운영시간을 확대하면 오후 6시까지 이용하겠다'는 비율이 64.7%, '오후 7시까지 돌봄 제공을 희망한다'는 비율이 11.9%였다. 실제 일반적인 근무 시간이 오후 6~7시에 끝나기 때문에 근무가 모두 끝날 때까지 돌봄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후 5시 이후에도 운영되는 돌봄교실은 전체 1만4278실 중 11.1%인 1581실에 불과했다.

특히 초등돌봄의 공백이 문제로 꼽혔다. 2018년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12.5%(33만명)뿐이었다.

한성민 KDI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제한적 초등 돌봄 서비스 운영으로는 여성 경제활동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더 많은 아이가 초등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여성의 고용 유지 및 경제활동 참여유인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기 중 돌봄 서비스는 근로 현실에 맞게끔 이용시간을 확대·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뒤늦게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7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돌봄교실 운영시간 확대를 위해 돌봄교실 운영권한이 있는 각 시·도교육청에 돌봄 전담사들의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권장하고, 추가로 드는 인건비는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또 내년까지 돌봄교실을 현행의 약 2.3배인 3500실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이는 '권장'에 그치며, 실제 시행 여부는 각 시·도교육청이 결정한다. 현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발표 이후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교육청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노동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여성 중 다수가 이를 위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거나, 있더라도 실제 활용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현실은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자료제공=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제공=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가 있는 여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퇴직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약 90%가 '가족돌봄휴가'를 쓴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퇴직 여부와 상관없이 '휴가를 사용할 분위기가 아니었음'이 1위를 차지했다.

또 퇴직 경험이 없는 사람 중 재택근무를 시행한 경우는 36.1%에 그쳤고, 실제 재택근무를 사용한 비중은 전체의 22.7%에 불과했다. 퇴직 경험이 있는 경우 재택근무를 시행한 경우는 19.4%로 더욱 낮았고 실제 사용한 비중은 전체의 12.3%에 그쳤다.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자리 규모나 고용 형태, 일자리 형태와 관계없이 일하는 부모는 누구나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남녀 노동자 누구나 돌봄을 위한 휴직·휴가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설계 시 고용 안전망뿐 아니라 육아휴직 등 일-돌봄 병행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모든 취업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근로 형태에 있어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확대하는 것도 여성의 일-육아 병행을 돕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시간선택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과 같은 근로시간 유연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고 고용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여성의 경우 육아나 출산 등을 위해 필요할 때는 시간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며 근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육아부담으로 인해 여성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뒤따라야한다.

이동선 부연구위원은 "여성에게 행해진 차별적 구조조정 등 모성 페널티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모성 페널티를 예방할 수 있는 기업 특성별 맞춤형 대응(예방) 지침 마련 및 현장 적용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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