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5.09 16:14

금리산정체계 재조정 공감하지만 30년 장기고정금리 확대는 부담

서울시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서울시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놓고 재정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편 TF 실무작업반’을 개최하고 향후 은행권 금리산정체계 정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은행권 대출금리와 관련해 금리 조정 속도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왔다.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나 금리 인하기에는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금융위는 이날 회의를 토대로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새롭게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은 일단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다만, 은행별로 경영환경이 다르고 조달금리 현황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고정금리 확대에 대해선 부정적 기류가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운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5% 수준이다. 고정금리로 분류되는 혼합금리 비중이 35%로 상승 중이지만 여전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편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이유는 현재 자산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요구불성 예금 자산이 70%를 차지한다. 즉, 미국 은행은 예금으로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81%) 조달하고 차입·사채 비중은 4%로 미미하다. 이에 미국 은행의 대출 비중은 대출/예금 비율이 63%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요구불성 예금 비중은 자산의 25%에 불과하다. 이에 운용 가능한 장기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자산의 6% 수준에 불과해 주택담보대출 장기 고정금리 운용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김진성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이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지급결제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켜 요구불 예금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요구불 예금이 확대돼야 주금공의 30년 고정금리 대출 MBS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15~30년 장기고정금리 대출 운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5~10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금리 상품으로도 충분히 가계의 금융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도 고정금리는 5~10년 정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후로 1년마다 변동금리가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50% 미만인 국가는 네덜란드(48.2%), 독일(47.3%), 헝가리(22.9%), 스웨덴(11.2%), 핀란드(3.6%) 등이며 고정금리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국가도 영국, 아일랜드, 체코, 폴란드 등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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