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7.12 11:44

랩어카운트 규모, 6년 전으로 회귀…110조원 아래로
금감원, 랩어카운트 운용실태 검사 중 위법사항 적발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 추이.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 추이.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규모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발생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영업실태를 조사하던 중 위법사항을 적발하면서 신뢰도도 추락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는 107조420억원으로 집계됐다. 1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7년 11월(109조9217억원) 이후 처음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과 투자일임 계약을 맺고 주식·채권·대체투자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자산관리 상품이다.

랩어카운트는 다양한 자산을 단일 계좌에서 투자하고, 공모펀드 대비 운용방식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운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고, 일임한 운용역에게 운용 지시, 상담 등도 할 수 있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몰렸다.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 2016년 9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월에는 150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발생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으로 법인 고객들이 환매에 나서면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7개월간 계약 자산 규모가 감소하며 110조원대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약 18조원의 자금이 빠졌는데, 법인에서 성과급 집행 등 비용이 늘면서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랩어카운트 잔고가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일임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3월 말 기준 투자일임 수수료 수익은 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97억원 대비 18.52%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도 각각 26.20%, 42.91%, 36.95% 감소했다.

지난 4월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는 전달보다 1조8228억원 늘어나 112조6476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마무리 기대감에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5월 들어 약 5조원 이탈하며 1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감소세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이 이탈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랩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금감원은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운용 실태 검사에 착수했다.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국이 나선 것이다. KB증권과 교보증권도 금감원 검사를 마쳤고,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SK증권까지 검사를 받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조사결과 일부 증권사에서 불건전 영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법인에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왔고, 약속한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장기이거나 유동성이 낮은 기업어음(CP) 등을 편입해 운용했다.

지난 4월 발생한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CFD)가 지목되면서 증권사들은 CFD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랩어카운트 운용실태에서 위법사항이 적발된 이상 랩어카운트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 위법사항을 적발한 이상 랩어카운트에 대한 신뢰도를 넘어 증권사 자체에 대한 신뢰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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