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11 13:00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이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비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과다한 보상으로 불공정성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실손의료보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해 필수 의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실손의료보험 개선 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규홍 장관이 언급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은 피보험자인 환자가 낸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보험상품이다.
이는 2003년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됐으며 가입자 수는 2022년 말 기준 3997만명에 달한다. 실손보험은 이와 같은 가입자 규모 덕에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리는데 어쩌다 의료체계를 왜곡하는 '미운 오리'로 전락한 것일까.
◆실손보험 첫 출발은 국민건강보험 '사이드킥'
1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환자의 본인 부담 의료비를 보장해 준다. 특정 질병, 상해에 대한 선별적 보장이 아닌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보장해 주는 포괄적 구조로 운영된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은 고액의 진료비가 가계에 부담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목표가 있다. 피보험자인 국민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보험공단)이 이를 관리 및 운영하다가 필요시 보험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상호 간 위험을 분담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국민건강보험은 의료비를 급여와 비급여 항목으로 나누고 있으며 비중은 각각 84.8%, 15.2%다. 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공단과 국민이 의료비를 나눠 부담하는 것을 의미하며 비급여는 보험공단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 항목으로 국민이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것을 뜻한다.
의료비 전체를 100%로 봤을 때 84.8%의 급여 항목은 2020년 기준 보험공단이 65.3%, 국민이 19.5%를 각자 부담한다. 나머지 15.2%인 비급여 항목은 국민이 온전히 부담한다.
실손보험은 2003년 태동 후 국민이 부담하는 급여∙비급여 의료비 34.7%를 대부분 보장하면서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보험사들은 자율적으로 실손보험을 개발하고 판매해 오다가 2009년 10월 실손보험 표준화를 이뤘으며 현재 모든 보험사는 보장 내용이 동일한 실손보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물리치료 등 비급여 항목 보장이 실손보험 '독'
이와 같은 실손보험의 취약점은 실손보험이 비급여 항목을 보장한다는 사실에서 비롯했다. 통상 비급여 항목에는 ▲업무나 일상에 큰 지장이 없는 질병 ▲성형 등 미용 목적 치료 ▲물리치료와 같은 한방 물리요법 등이 있다.
무엇보다 비급여 항목은 급여 항목과는 달리,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할 수 있는데 최근 일부 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하고 있는 높은 수가 적용이나 과도한 공급들이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급여 항목 진료가 주된 수익인 필수 의료기관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했다.
실제로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의 구성 요소를 보면 비급여 항목 비중이 65%에 달한다. 이는 필수 의료 분야 인력이 비필수 의료 분야로 빠져나가는 현상의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실손보험금 누수의 원인이기도 해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쉽게 말해, 보험사 입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실손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1년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130.4%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주요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삼성화재 102.4%, 현대해상 130.5%, DB손해보험 112.1%, KB손해보험 108.6%, 메리츠화재 108.9%를 찍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을 경우, 경과손해율이 80%를 초과할 경우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한다.
더군다나 실손보험은 특성상 매년 말 당해연도 손해율 수준을 반영해 그다음 해 갱신보험료 조정률을 결정한다. 2022년 기준으로 보험업계 평균 14%대 인상률을 포함해 7개년 동안 두 자릿수의 인상률이 적용됐고 부메랑처럼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오자 정부가 결국 개선의 칼을 빼 든 것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비급여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도를 7월부터 시행한다고 지난 1월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차등제도는 보험료 갱신 전 1년 동안의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 보험료를 할인 혹은 할증하는 제도다. 비급여 과잉 진료 방지가 목적이며 비급여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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