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29 15:00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 5조3246억원까지 확대
40세도 가입 가능한 어른이 보험도 새롭게 출시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해결 과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은 국가의 존립은 물론, 인류의 미래까지 좌우할 중요한 과제"라며 "저출생 대응기획부 신설 등을 통해 저출생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약 23만명. 올 3월 기준 출생아수는 1만9669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3% 감소했다. 지난 1월 2만1442명에서 2월 1만9362명으로 1만명대로 집인한 후 2개월 연속 2만명을 하회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15세 미만 인구 점유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14세 인구의 비중은 2000년 20.0%에서 2016년 12.5%로 7.5%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0세 인구의 비중은 1.3%에서 0.8%로 0.5%포인트 내려갔다.
◆어린이보험, 신계약 건수 감소세지만 원수보험료는 '성장'
이처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것과 별개로, 태아·어린이를 비롯해 성장기 자녀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보험' 시장은 견고하다.
우선 어린이보험은 태아를 비롯해 어린이의 질병과 상해 위험을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태아나 어린이가 성인보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 보험료가 10~20% 저렴하고 보장 범위가 넓다.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납입면제 범위도 넓다.
또 가입할 때 30세 만기부터 100세 만기까지 여러 연령대의 만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30세 만기는 100세 만기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 30세 만기 시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거나 계약 전환제도를 통해 100세 만기로 전환이 가능하다. 100세 만기 상품으로 전환할 때 해약환급금 미지급형(무해지) 종형을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싼값에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로,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어린이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9년에 90만2261건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이보다 10.6% 증가한 99만7572건을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101만6344건으로 1.9% 늘어났다. 다만 2022년에는 100만7301건으로 1년 전보다 소폭 줄었다.
반대로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계속 성장세를 그렸다. 그 결과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2019년 3조2887억원에서 지난해 5조3246억원까지 규모를 확대했다. 이에 업계는 과거보다 자녀 수가 줄어든 대신, 자녀에 대한 관심 집중도가 높아진 것이 어린이보험 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녀 수가 줄었어도 기대수명이 길어졌다는 인식이 커짐에 따라 어린이보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며 "2011년을 기점으로 어린이보험도 100세까지 보장하는 게 주류가 됐다. 태아와 산모에 대한 보장까지 추가되면서 어린이보험 시장 문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어린이보험 시장의 전통 강자로는 현대해상이 꼽힌다. 지난 2004년 7월 보험 업계 최초로 '굿앤굿어린이보험'을 출시해 올해 3월까지 누적 기준 527만건을 판매했으며, 지난해에는 16만명의 태아가 이 상품에 가입했다.
20년 동안 똑같은 이름으로 판매된 업계 최장수 상품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는 무해지 종형에 30세 만기 담보를 신설했고 30세 만기 시 해당 담보를 80·90·100세 보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신설했다.
삼성화재는 자녀보험인 'New 마이 슈퍼스타'를 지난해 출시했다. 이 상품은 태아부터 15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보험 기간은 80·90·100세 중 선택 가능하다. 업계 최초로 자녀보험에 분할지급형 담보를 포함해 담보 선택권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KB손해보험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까지 돌보는 'KB 금쪽같은 자녀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신경성 식욕부진 및 폭식증 진단비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지원비 등 11개의 신규 특약을 탑재했다.
DB손해보험의 'DB 다이렉트 자녀보험'은 대다수 인터넷 가입 전용 상품이 임신 22주 차 이내에만 가입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임신 22주 차가 지나도 가입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내맘(Mom)같은 우리 아이보험'은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에 대한 진단비를 감액 기간 없이 첫해부터 전액 지급한다. 암(유사암 포함)이나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중대한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을 경우에는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 준다.
◆어린이보험, '어른이' 논란…틈새시장 파고든 '영유아보험'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은 지난 2018년 25세로 확대된 후 불과 1년 뒤인 2019년, 30세까지 늘어났다. 작년 3월 이후에는 일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가입 연령이 만 35세까지 늘어났다.
어린이보험은 성인들이 가입하는 일반 종합보험보다 보험료가 최대 20% 저렴하다. 3대 질환인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도 보장하는 데다가 보장 한도도 높아 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가입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어른이보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어른이보험 출시에 제동을 걸었다. 가입 연령이 15세를 넘는 보험상품에 '어린이'라는 문구를 상품명으로 포함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어린이 특화상품에 성인이 가입하는 건 불합리한 상품 판매로 보여진다"며 "어린이에게 발생 빈도가 희박한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의 성인 질환 담보를 넣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자 보험사들은 발 빠르게 틈새시장을 노렸다. 상품명에서 '어린이'를 삭제하거나 가입 연령을 조정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 3대 질환 보장 등 어린이보험 인기 요소는 유지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4월 ‘굿앤굿스타종합보험’을 시장에 내놨다. 만 4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3대 질환 등을 핵심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도 30대를 타깃으로 한 '내돈내삼 건강보험'을 판매 중이며 메리츠화재는 16세부터 4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내맘(Mom)대로 보장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35세까지 가입 가능한 ‘KB 금쪽같은 희망플러스 건강보험’을, DB손해보험은 7세부터 35세까지 가입 가능한 '청춘어람 종합보험'을 시장에 출시했다.
무엇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0세부터 만 5세를 타깃으로 하고 주요 질병만 보장해 3년 이하로 가입할 수 있는 '영유아보험'을 최근 시장에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영유아기에 가장 필요한 주요 질병만 정액담보로 구성해 기존 보험이 있더라도 보장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1~3년의 원하는 기간동안 원하는 만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카카오페이손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저출생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보험 등에 대한 보험사 관심도는 줄지 않고 있다"며 "어린이보험은 보험설계사들이 부모와 계속 연락할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될 뿐더러 자동차보험 등 일반 상품의 가입을 유도하거나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 하에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보장성 보험상품이기도 해 어린이보험을 비롯해 이를 변형한 상품의 인기는 한동안 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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