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6.19 13:00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보험사들이 병이 있는 사람도 간편하게 들 수 있는 '유병자보험'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기존 파이가 작아진 데다가 의료기술 발달로 사회구성원들이 점차 '유병장수'의 삶을 살아가서다.

유병자보험은 일반보험보다 가입청약자의 과거 병력 고지의무 범위가 좁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는 '계약 전 알릴 의무' 항목의 갯수나 면제 여부에 따라서 간편보험,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 무심사 보험으로 분류된다.

기존에는 만성질환자, 고령자 등은 심사 단계에서 보험가입이 거절되거나 제한적 조건의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유병자보험은 일반보험보다 통상 보장의 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2~5배가량 비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10년 내 입원·수술·3대 질병(암, 심근경색, 뇌졸중) 여부' 고지항목을 추가해 증상이 경미한 유병자를 위한 ‘KB 3.10.10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Plus'를 최근 시장에 내놨다.

이 상품에 붙은 '3·10·10'이라는 숫자는 보험 가입청약 시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과거 병력 등을 의미한다. 3개월 이내 질병 확정이나 의심 소견을 받았는지, 10년 이내 입원이나 수술을 받았는지, 10년 이내 3대 질병에 대한 진단을 받았는지를 묻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상품은 ▲최근 3개월 이내에 질병 확정·의심 소견·입원·수술·추가검사 의사 소견 ▲최근 10년 이내 입원 또는 수술 ▲최근 10년 이내 3대 질병(암, 심근경색, 뇌졸중) 진단 등을 받지 않았다면 가입할 수 있다.

이에 KB손보 관계자는 "의료기술 발달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한 경증 유병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상품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입 문 턱 낮아진 유병자보험…일반보험보다 보험료 저렴하기도

유병자보험은 수년 전만 해도 질병 고지 기간을 2~3년 정도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5년 내 질병 고지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질병 고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반대 급부로 보험료는 계속 낮아졌다.

이 가운데 KB손보가 지난 달, 질병 고지 기간을 10년으로 늘린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판도가 흔들렸다. 질병 고지 기간을 10년으로 늘린 대신 상해 수술, 상급·종합 1인실 및 중환자실 입원 일당 등 일부 담보에서 건강한 일반인이 내는 보험료다 비용이 저렴하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건강한 일반인보다 질병 위험성이 높은 유병자의 보험료가 낮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문제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10년 질병 고지 기간을 추가한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현대해상은 지난 3일 '간편한 3·10·10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3·5·5 상품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하다. 

메리츠화재는 '3·10·5 간편 건강보험'을 새롭게 선보인 상태다. 한화손해보험은 'LIFEPLUS 3N5 간편건강보험'에 '무사고 전환 할인'을 적용해 중증 유병자라도 가입 후 일정 기간 중대 질환 진단이 없으면 보험료를 할인 받도록 했다.

생명보험사들도 유병자보험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 인터넷 경증 간편 입원 건강보험'을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과거 병력이 있더라도 3가지 간편고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교보생명은 3대 질병을 포함한 주요 질병을 평생 보장하고 치료 후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교보간편마이플랜건강보험(무배당)’을 최근 출시했다. 한화생명도 2년 이내 암 병력이 없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한화생명 The H 초간편 암보험’을 지난달 론칭했다.

◆유병장수가 불러온 유병자보험…'과당 경쟁' 발발 우려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병자보험은 의료기술 발달로 유병장수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60세 이상 소비자의 건강 보장에 대한 욕구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한 보험 업계 간 이해 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가속이 붙었다. 

일반보험은 주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오랜 기간 건강에 대한 보장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쌓인 데 따른 것이다. 60세가 넘어가면 당뇨와 고혈압 유병자의 비중은 30세 이상 대비 2배나 높다.

연령별 인구 비중 변화에 대한 예측도를 살펴 보면 현실은 더 암울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0년 현재 15.7%에서 2050년 39.8%로 24.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기대수명은 35년 전보다 남성 20.54세(65.75→86.29세), 여성 15.02세(75.65→90.67세)씩 늘어난 상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험사들이 너도 나도 유병자보험 상품을 쏟아내자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들을 계속 낮춰 보험 가입이 가능한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일부 보험사는 일부 담보의 한도를 상향해 한시적으로 판매에 나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연이어  비슷한 형태의 유병자보험 상품을 서둘러 내놓는 양상"이라면서도 "각 보험사마다 유병자보험 상품의 차별성이 크지 않아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상품의 본질이 아닌 단기 실적 올리는 데만 급급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편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해 기준 총 604만건으로 전년 대비 47.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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