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5.01 10:00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시대 흐름이 변하면서 보험 업계 양상도 바뀌고 있다.
작년에 새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이 도입됨에 따라, 보험사 입장에서 새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취급이 중요해졌다.
이와 동시에 저출생, 고령화 등으로 종신보험 인기가 시들하면서 생명보험사의 성장동력은 이전보다 약해졌다.
이에 보장성 보험의 일종인 '제3보험' 시장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제3보험, 생명보험·손해보험 성격 다 갖춘 '혼종'
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제3보험은 생명보험의 정액 보상적 특성과 손해보험의 실손 보상적 특성을 동시에 갖는 보험을 의미한다.
이는 보험업법상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보험업으로 간주한다. 때문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취급할 수 있다.
흔히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때를 보장해 준다. 건강보험, 암보험, 간병보험, 어린이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제3보험에 대한 생명보험·손해보험 겸영이 허용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제3보험 시장은 연평균 7.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생손보 합산 전체 보험산업 내 비중도 2010년 18.1%에서 2020년 25.1%로 높아졌다.
이와 같은 제3보험 시장에서의 생보·손보 업권 별 점유율은 2022년 기준 생보 28.7%, 손보 71.3%로 손보가 우위에 있다.
겸영 허용 초기에는 생보의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이 높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손보의 제3보험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보유 고객 측면에서 손보가 상당수의 고객을 선점하고 있어 상향 판매나 교차 판매에서 생보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한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제3보험 상품의 설계 구조, 업권별 계약자 연령 등에서 비롯했다.
통상 보험사는 질병보험 주계약에 각종 특약을 부가해 보장을 확대한 제3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손보사의 경우 생보사와 달리 상해 및 질병 담보 외에 배상책임 담보도 부가할 수 있다.
생보는 고연령 계약자 비중이, 손보는 저연령 계약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때문에 생보는 암보험과 간병보험, 손보는 어린이·상해·질병보험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손보는 어린이보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저연령 고객을 다수 확보함에 따라 이들의 생애주기별로 맞춤화된 마케팅 전략 수립에 힘 쏟았다.

◆제3보험 시장, 손보사 중심에서 생손보사 격돌의 장으로
이처럼 제3보험 시장이 손보사 중심으로 구조화한 가운데 생보사들은 제3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3보험 시장 쟁탈을 놓고 생손보 간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초 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은 새 건강보험 상품을 일제히 출시했으며 ABL생명은 새 간병보험을 시장에 내놨다. 김철주 생보협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질병·상해보험 등 제3보험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상품의 경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보사들의 눈이 제3보험 시장으로 향한 가장 큰 이유는 저출생, 고령화 등으로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 판매가 부진한 것과 연관이 있다.
생보사는 2000년대 초부터 종신보험에 각종 상해 질병 특약을 끼워 종합보험 형태로 팔았다. 타 금융권 상품과 유사한 수준의 이율을 보장한 데다가 해지환급금으로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인구가 감소하면서 종신보험 수요는 줄기 시작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사망한 뒤에야 보장이 되는 종신보험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의 눈이 제3보험 시장으로 향한 또 다른 이유는 새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 시행에 있다.
IFRS17 시행으로 보험사 차원에서 보험계약마진(CSM)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보장성 보험 공급 확대 전략을 추진해야 해서다. 제3보험은 보장성 보험의 일종이다.
CSM은 IFRS17 하 수익성 지표인데 IFRS17 특성상 미래 기대이익의 현재가치가 계약체결 시점에 CSM 형태로 측정된다. 이를 많이 확보할수록 보험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다.
이들 외에 건강한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 증가, 가구 구조의 변화로 간병보험과 질병보험에 대한 수요가 보험시장에서 높아진 것도 생보사들의 눈을 제3보험 시장으로 돌리는 데 한몫했다.
이와 같은 생보사들의 제3보험 시장 진출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이 작년 하반기 각 보험사 CEO 42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보 CEO들은 향후 1~2년간의 주력 상품으로 종신보험(38.0%)과 함께 건강보험(35.7%)을 꼽았다.
이에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제3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틈새시장 발굴이나 고객 접점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시도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보장 범위 확대나 판매 경쟁 과열은 불완전판매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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