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7.03 17:17

CET1 목표 13% 달성은 주주와 약속
임종룡, 패키지 인수 후 재매각 경험

우리금융지주, 동양생명, ABL생명. (출처=각 사)
우리금융지주, 동양생명, ABL생명. (출처=각 사)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M&A에 나선 가운데 인수 가격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시장에선 두 생보사 인수에 약 2조원에서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다. 

인수 자금 외에도 추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3조원 이상의 자본 투입을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자금력은 더 낮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금융 CET1 발목…인수자금 마련 고민

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은 약 2조원 밑으로 점치고 있다. 이유는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 CET1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 CET1은 KB금융 13.4%, 신한금융 13.1%, 하나금융 12.9% 순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11.9%로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금융은 CET1 목표치로 13%로 설정해 놨다. 목표치에 도달해야 경쟁사만큼 주주환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실적 발표 때마다 주주환원 극대화를 약속했다.

우리금융도 비금융 M&A 인수 자금으로 1조800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보통주자본비율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전제다.

그러나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매각액이 약 2조5000억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상장사인 동양생명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다자보험그룹과 안방그룹이 7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조원 중반대의 매각가를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ABL생명까지 얹으면 2조원대로 매각 가격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자보험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투입된 자금을 생각하면 2조원 이상 매각금액이 정해져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동양생명은 2015년 1조1600억원에 인수한 뒤 2017년 3월 52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ABL생명의 경우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30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일단 우리금융은 가격을 내리기 위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최대한 보험사 가치를 낮춰 인수해야 CET1 비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

과거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될 때 매각 가격은 약 35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알리안츠 측에서 법률비용은 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그만큼의 가격이 붙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ABL생명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이익을 내고 있지만 생명보험사에 대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아 인수 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우리금융 내부의 시각이다.

◆패키지 인수 후 재매각 가능성도 솔솔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패키지 인수 후 ABL생명을 되팔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와 같은 전망은 과거 임종룡 회장의 M&A 스타일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은 2014년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금융이 내놓은 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 등 패키지 인수를 성공시킨 바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투자증권만 매각했을 때보다 비은행 계열사를 묶어 파는 게 공적자금 회수에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농협금융은 증권사 인수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임종룡 회장이 승부수를 던져 모두 사 왔다.

하지만 인수 3개월 만에 우리아비바생명은 DGB금융에 재매각됐다. 매각 진행 과정은 실무진도 모를 정도로 고위층 간 긴밀하게 추진됐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금융이 원하는 건 알짜로 평가받고 있는 동양생명뿐이다. 굳이 보험사 2개를 인수해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또 보험사 간 합병을 주도해도 조직 융합을 이루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1개 회사만 온전히 관리하는 게 수고를 덜 수 있다.

이 때문에 ABL생명이 또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크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그때와 달리 인수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거기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가 많아 재매각 실패 확률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우투증권 패키지를 인수했을 때도 아비바생명을 다시 되팔 것이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결론적으로 패키지를 사들이고 다시 쪼개 재판매하면서 인수 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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