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5.08 08:00
롯데손보 사옥 전경. (출처=롯데손보)
롯데손보 사옥 전경. (출처=롯데손보)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올해 들어 본격화하면서 한동안 멈춰있던 '보험사 M&A(인수합병)' 시계도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우리금융그룹이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최근 의사를 밝힌 데다가 인수의향서(LOI)까지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에 제출한 상황이어서 시계는 빨라질 전망이다.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에는 비은행 계열사인 보험사 퍼즐 조각이 절실하다. 

롯데손보 인수전에는 우리금융 외에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롯데손보 매각 성사의 관건은 '매각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롯데손보, 롯데와 결별 후 사모펀드 만나 급성장

롯데손보의 전신은 1946년에 설립된 대한화재해상보험이다. 대한화재해상은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된 후 2001년,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시멘트에 인수됐다. 이후 대주그룹 역시 경영 위기에 빠졌고 이때 롯데가 그룹 지분 57%를 사들이면서 지난 2008년, 롯데손보가 탄생했다. 

롯데손보가 탄생하고 9년이 흐른 2017년, 롯데는 지주를 설립했다. 일반지주회사의 경우 공정거래법과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롯데는 1년 뒤 금융 계열사 매각을 발표했고 2019년,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에 롯데손보를 팔았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매각된 후에도 브랜드 사용기간 연장으로 '롯데'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롯데손보가 JKL파트너스의 품을 떠날 경우 롯데라는 타이틀은 브랜드 사용기간 종료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참고로 롯데카드는 롯데손보와 비슷한 시기에 사모펀드사 MBK파트너스에 팔렸지만 '롯데카드'라는 상표권을 갖고 있어 계속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자동차보험은 줄이고 대신 장기보장성보험을 늘렸다. 그동안 롯데손보는 계열사 의존도가 높아 자체적인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쇄신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 중 하나였다.

자동차보험 비중은 기존 19%에서 8%로 줄인 반면 퇴직연금을 제외한 원수보험료 내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은 2019년 71.6%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89.2%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장기보장성보험 매출은 2019년 1조2843억원에서 2020년 1조5009억원, 2021년 1조6890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손보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이미지 쇄신에도 나섰다. 씨티그룹과 동양생명을 거친 송준용 전 엔케이맥스 부사장을 2021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선임했으며 흥국생명과 자산운용사 출신인 박재현 상무를 금융투자 그룹장으로 앉혔다. 작년 말에는 삼성Re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안기성 상무를 영입했다. 

그 결과 롯데손보는 지난해 기준 3973억원의 영업이익을 찍었다. 이는 회사가 세워진 이래 최대의 연간 경영실적이다. 보험계약마진(CSM)은 2022년 말 1조6774억원보다 42.9% 늘어난 2조396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손보, 몸값 '2~3조원'...임종룡 "인수 시 오버페이 안할 것"

JKL파트너스는 2019년에 롯데손보의 지분 53%를 약 374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에는 37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롯데손보의 지분율을 77%까지 높였다.

이처럼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에 총 75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가운데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몸값으로 2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3조원의 매각가도 언급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롯데손보 희망 재매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인수가보다 2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롯데손보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562억원 수준이며 시가총액은 약 1조500억원 내외다.

이에 비춰 롯데손보 재매각 가격인 2~3조원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에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롯데손보 인수와 관련해 검토는 진행하고 있지만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험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실사 결과에 따라 적정하다고 판단한 가격을 오버페이 즉, 과다 지급할 생각은 전혀 없다. 보험사 인수가 증권사처럼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 매각에 시장의 눈이 고정된 데다가 참여자도 몰린 만큼 이제 인수합병의 첫발을 뗐다"면서도 "작년에 KDB생명 등 보험사 매각 불발 사례가 있어 무리한 매입가를 형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매각 가격을 중심으로 한 공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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