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4.06.03 17:05

"PBR·ROE 등 단순화 통해 기업 부담 줄여야"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뒤 상장기업 주가 추이. (자료=박성민 기자)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뒤 상장기업 주가 추이. (자료=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사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의 선두 타자로 나섰다. 다만 그동안 예고한 내용과 대거 겹치는 내용을 발표했단 분석과 함께 단순히 속도 경쟁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현재까지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발표한 국내 상장사는 KB금융,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등이다. 

앞서 KB금융은 지난달 27일 상장 기업 중 최초로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 공시를 실시했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오는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 공시에는 KB금융의 현황, 향후 목표 설정, 계획 수립과 이행 평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8일 장 마감 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키움증권은 3년 중기 목표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된 단기금융업(초대형IB) 인가도 추진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코스닥 상장사 중 밸류업 공시 1호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달 31일 에프앤가이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고, ROE,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등의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공시에는 향후 5년 내 ROE 18%,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15%, 최소 배당 설정 및 중장기적 배당 성향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은 이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밸류업 공시 뒤 키움증권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까지 8000원(6.36%) 올랐으며, KB금융의 주가도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에프앤가이드도 31일 하루 동안 180원(2.26%) 뛰면서 밸류업 공시 효과를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1호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공시를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기업가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구체화한 첫 기업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도 "기존 공정공시 내용과 대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키움증권에 'C학점'을 줬다. 이들은 "회사가 제시한 계획은 세부 내용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없다"면서 "엄주성 대표와 4명의 사외이사는 일반 주주 관점에서 키움증권의 밸류에이션, 자본비용, 자본효유렁, 주주환원, 총주주수익률 등을 이사회에서 토론하고 심의 또는 의결했는지 궁금하다"고 평가했다. 

포럼은 "다른 회사들은 먼저 공시하겠다고 순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충실한 제고 계획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 검토와 심의를 거쳐 공시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는 국내 4대 그룹인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을 불러 밸류업 간담회를 열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기업들의 동참 분위기 확산을 통해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형 상장사가 선도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빠른 공시 등 속도에 집중하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고민과 검토를 거쳐 의미 있는 공시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와 같이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를 PBR이나 ROE 정도를 제시하는 형태로 단순화해 구체적 목표치를 지정함으로써 기업의 업무 범위를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밸류업 공시 시행 초기인 만큼 기업은 단순화된 목표치를 활용해 주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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