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5.29 15:53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이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출처=전삼노 유튜브 채널)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이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출처=전삼노 유튜브 채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이래로 첫 파업에 돌입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은 우선 조합원들이 단체로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2만8400명의 조합원 중 일부만 연차를 신청할 것으로 보여, 생산 중단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는 파업과 달리 강도가 약한 수준"이라며 "생산라인이 멈출 정도의 문제는 아니어서 삼성전자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단, 창사 이후 첫 파업인 만큼 이미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을 뺏기고,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휴대전화 역시 지난해 애플에 글로벌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는 29일 서울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투트랙으로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투트랙으로 한 단계씩 밟아 총파업까지 나아갈 것이다. 파업이 실패해도 노조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업은 우선 6월 7일 조합원들이 단체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노동조합의 2만8400여명이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회사 측에 노조의 힘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또 한편으로는 24시간 파업과 버스 농성에 나선다. 

이 부위원장은 "(전삼노 집행부는) 24시간 이 자리를 지키며 파업에 나설 것이다. 오늘부터 홍보 트럭과 버스를 이용해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실행하는 파업은 아직 소극적인 수준"이라며 "이번 파업이 한 번에 승리로 이어지지는 쉽지 않겠지만, 2만8000명이 넘는 노조원들이 모인 지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또 2, 3, 4호의 추가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1호 지침 이후 2, 3, 4호 등 파업 지침도 계획돼 있다"며 "삼성전자가 위기인 상황에서 파업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미 회사는 10년간 계속 위기를 외치고 있었다. 이 같은 위기로 노동자가 더 이상 핍박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삼노 집행부들은 홍보 버스 앞에서 회사 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전삼노 유튜브 채널)
전삼노 집행부들은 홍보 버스 앞에서 회사 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전삼노 유튜브 채널)

손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을 1~2% 더 올려달라거나 더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일한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이미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삼성전자는 이런 방식을 거부했다"며 "사측은 2023년과 2024년 임금 협상 병합 조건으로 직원 휴가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휴가를 받고 많은 것을 교섭 타결을 위해 양보했지만, 사측은 갑자기 휴가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손 위원장은 "노조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고 두 차례나 문화행사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교섭에 나오면서 아무런 안건도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 계열사 통합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은 전삼노의 행보를 비판해 '노-노 갈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인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두 차례 단체행동을 진행하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전삼노가 상급단체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삼노는 상급단체 변경에는 조합원들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만큼, 그러한 입장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초기업 노조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전삼노의 쟁의 행위는 “상급단체를 통한 조직화와 위력 강화에만 집중하는 행동”이라며 “노동조합 취지에 맞게 삼성 직원들을 위하는 교섭에 집중하고, 노사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초기업 노조는 또 “협상 과정에서 쟁의나 시위를 통해 협상력 우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 삼성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하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 등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 수는 약 1만98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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