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19 14:45
대형사 위탁매매수수료로 실적 선방… 중소형은 ‘그림의 떡’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및 사업장 정리 등 실적 먹구름 계속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증권사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해외 주식거래 증가로 인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대가 효자 수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지도 낮은 중·소형 증권사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 못하면서 이와 같은 수혜를 못 누리고 있다. 특히 기존 먹거리로 여겼던 기업금융(IB) 실적마저 감소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증권사 60곳의 순이익이 총 2조51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1506억원)보다 3635억원(16.9%) 증가한 금액이다.
이 중 대형사들의 실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작년과 비교해 선방했다.
대표 대형사인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1조163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451억원) 대비 7%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1116억원)보다 68% 감소한 35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들의 실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 셈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사가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배경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덕분인데 중소형사들은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결국 중소형사는 그동안 브로커리지 수익보다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IB 사업을 주력해 왔는데 부동산PF 부실 영향으로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기업공개(IPO)도 대형사 쏠림이 두드러지면서 관련 수익이 대폭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형 증권사 15곳의 IB 관련 수수료 수익은 20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612억원)와 비교해 20% 감소한 금액이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의 IB 수익은 전년(46억3700만원) 대비 59.9% 감소한 29억원을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중소형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간판을 바꾼 LS증권은 지난해 1분기 50억7000만원보다 49.1% 감소한 34억원을, SK증권은 219억에서 41.3% 감소한 155억원을 기록하는 등 IB 부문에서의 실적이 부진했다.
이외 하이투자증권은 전년 196억9000만원에서 55.0% 감소한 127억원, 유진투자증권은 200억7000만원에서 45.4% 감소한 138억원, BNK투자증권은 전년 144억8000만원에서 57.4% 감소한 92억원을 기록하는 등 중·소형사의 전반적 부진이 대형사에 비해 눈에 띄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부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추진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과 사업장 정리로 인해 원금이 손실될 우려에서다.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져)은 30조원을 웃돈다. 이 중 익스포져 비중은 대형사가 36%, 중·소형사는 44%다. 중·소형사들의 재무 안정성이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대형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고객 수가 많지 않은 만큼 리테일 부문에서 강점을 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통적으로 IB 수익에 집중해 온 만큼 부동산 PF가 정상화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