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7.25 11:16
(왼쪽부터)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M&A(인수합병) 매물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인수합병 시계가 멈춰서는 모양새다. 

매각가를 놓고 판매자와 원매자 간 발생한 이견이 인수합병 고배의 표면적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보험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 몸값 뒤에 숨겨진 부실의 큰 그림자가 원매자의 인수 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출생·경제불황 등으로 보험시장이 갈수록 악화하며 보험사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부실 회복을 위한 자금까지 추가로 투입해야 해서다.

◆MG손보, 낮은 건정성에 사법리스크까지…롯데손보는 비싼 몸값 지적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G손보는 세 번째 열린 매각 기회를 또 놓쳤다. 지난 19일 삼정KPMG가 MG손보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열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MG손보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형성됐음에도 본입찰 흥행에 실패했다"며 "원매자는 비교적 싼값에 손해보험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지만 건전성 부실과 사법리스크가 치명타를 날렸다"고 분석했다.

MG손보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신지급여력비율(이하 킥스·K-ICS)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6.9%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이런 이유로 MG손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이미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더군다나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를 놓고 금융당국과 법적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더군다나 부실 정상화에 1조원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MG손보 원매자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인수합병 대어로 떠올랐던 롯데손보의 상황도 비슷하다.

우리금융그룹은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6월 공시했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보험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적정하다고 판단한 가격을 과다 지급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이에 시장은 우리금융의 대응과 관련해 가장 먼저, 롯데손보의 비싼 몸값이 매각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적정 매각가로 1조5000억~1조8000억원 수준이 제시됐지만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최소 2조원 이상을 매각가로 희망했기 때문이다.

또 시장은 롯데손보의 킥스비율 하락세도 인수합병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의 킥스비율은 지난해 213.2%에서 올해 3월 184.0%로 29.2%포인트 떨어졌다.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올 3월 기준 146.4%로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하회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2주년을 맞이해 지난 성과와 향후 중점 추진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2주년을 맞이해 지난 성과와 향후 중점 추진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DB산업은행)

◆KDB생명 10년째 매물…동양·ABL생명도 지급여력 하락세

KDB생명은 10년째 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상태지만 이렇다 할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KDB생명은 작년 7월에 산업은행 등이 하나금융그룹을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인수합병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같은해 10월 매각가, 건전성 부실 등을 이유로 KDB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지금은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중단하고 자회사 편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자금을 수혈했음에도 재무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최근까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에 2990억원을 출자하면서 KDB생명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게 됐다.

KDB생명의 올 1분기 기준 킥스비율은 129.2%다. 지난해 말 117.5%보다 11.6%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밑돌고 있다. 경과조치 전 킥스율은 44.5%에 불과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은 아픈 손가락 중 정말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원매자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우리금융이 인수합병을 검토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킥스비율도 롯데손보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이 2조원가량을 투입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에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과거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될 때 가격은 약 35억원에 불과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킥스비율은 3월 말 기준으로 각각 174.7%, 160.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각각 18.7%포인트, 25.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특히 ABL생명의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114.3%로 금융당국 권고치 150%에 크게 못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원매자들이 보험사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까닭은 매각가 외에 보험사 매물에 잠재하는 부실에 있다"며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효과가 옅어질수록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보험사 부실이 표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2027년까지 킥스비율에 적용되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할인율이 현실화할수록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지면서 킥스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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