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8.30 13:17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공개매수로 대량 사들이며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유통 계열사 지분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독자경영을 위한 계열분리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30일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오는 9월 11일까지 한화갤러리아 주식 340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한화 3형제 중 대량 지분 취득을 위해 거액을 투입한 것은 김 부사장이 처음이다. 자금 마련은 지주사 한화의 보통주 126만892주를 토대로 한국증권금융에 주식담보대출 544억원을 일으켰다. 그가 보유한 한화 주식은 160만3892주(2.1%)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김 부사장의 공개매수를 두고 “한화갤러리아가 상장 이후 2분기 첫 적자를 기록한 위기상황”이라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막중한 책임감으로 회사 경쟁력을 반드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주가 부양의 의미가 아닌, 3세 경영을 위한 바닥 다지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개매수를 끝마치면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지분은 기존 2.3%에서 19.8%로 늘어나 1대 주주인 한화(36.3%)에 이어 2대 주주 자리가 견고해진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20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로 그룹 내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다. 3형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영 참여가 늦었지만, 이후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을 비롯해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한화넥스트 사업부문장 등 각종 사업에 발을 걸치고 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 100% 자회사였던 갤러리아부문의 인적분할과 함께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온 것은 경영성과에 대한 김 부사장의 갈증을 대변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게 금융 계열사를, 김 부사장에게 유통 계열사를 물려주는 것으로 구획선을 어느 정도 정리한 상태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에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에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향후 김 부사장의 유통 부문 승계가 확실히 이뤄지려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 확보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푸드테크, 스텔라푸드테크, 아쿠아플라넷, 더테이스터블, 한화넥스트 등 여러 연결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에프지코리아, 한화비앤비 등 일부만 보유한 것과 대비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각각 49.80%, 49.57% 지분을 보유했으며, 김 부사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 때문에 김 부사장이 보유 중인 한화에너지 지분 25%와 한화 지분 2.1%의 활용도가 한층 중요해졌다.

김 부사장은 한화에너지의 마지막 결산배당이었던 2021년에 약 125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전 한화에너지였던 에이치솔루션으로부터 약 59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700억원대의 배당금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의 직접 매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김 부사장의 광폭 행보에 비춰볼 때, 3형제 중 계열분리가 가장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효성그룹은 신설 지주사 HS효성이 출범을 계기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지분 정리가 일사천리로 이뤄져 완전한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김승연 회장이 경영권 지분을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그러나 3남의 주도적인 행보를 미뤄보면 예상보다 승계 작업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이 유통부문 외에 건설부문을 어떻게 품을지도 관심사”라며 “향후 승계 핵심인 한화에너지의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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