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4.10.30 11:52

25개 운영사 1곳당 연금특화 자산배분형 BF 출시
퇴직연금 이전제도 경쟁 치열…펀드 흥행 ‘빨간불’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25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지난 16일 금투협 대회의실에서 '디딤펀드 출범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25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지난 16일 금투협 대회의실에서 '디딤펀드 출범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취임 공약인 자산배분형 밸런스펀드(BF) '디딤펀드'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내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이전제도로 인해 디딤펀드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으로 최근 들어 급격히 성장했다. 다만 2~3%에 그치는 수익률로 인해 금융소비자 기대치에 못 미친단 지적이다.

이와 같은 소비자 고민을 덜어주고자 금투협은 국내 25개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연금 특화 자산배분형 BF '디딤펀드'를 지난달 출시했다. 자산배분형 BF는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수익과 동시에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25개 운용사 중 15개 회사는 신규 펀드를, 10개 회사는 기존 펀드를 리밸런싱해 1사당 1개씩의 펀드를 출시했다.

펀드 출시 후 서 회장은 2주간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열며 상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지난 현재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신규 펀드를 내놓은 자산운용사 15곳의 디딤펀드 설정액 규모는 전날 기준 총 238억원으로 집계됐다. 흥국자산운용이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아온 초기 설정 자금 200억원을 빼면 설정액은 38억원 수준에 그친다.

신규 출시된 15개 펀드의 경우 현재까지는 증권사에서만 판매하고 있어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서 회장은 은행에서도 디딤펀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디딤펀드에 대해 "아직 출시 초반인 데다 내일부터 퇴직연금 대이동이 시작되는 만큼 성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퇴를 앞둔 이들이 타깃데이티드펀드(TDF)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경쟁 상품을 두고 굳이 디딤펀드를 선택할 이유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유입 다각화를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 마련이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제공=금투협)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제공=금투협)

서 회장이 디딤펀드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금융투자협회 최초의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 협회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부터 미래에셋증권에서 마케팅·리테일·퇴직연금 관련 업무를 맡았으며, 2009년부터 2010년까지는 퇴직연금 추진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는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부문 대표를 맡았고, 2016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자리까지 오른 바 있다. 

업계 출신 협회장으로써 상품 개발에 앞장선 점은 인정받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단 말도 나온다. 오히려 고객을 위한 펀드 수수료 제고, 판매처 다양화를 위한 타 금융협회와 협력 강화 등 협회장으로써 역할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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