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05 14:31
'유권자 선택' 어디로…뉴햄프셔주, 투표 개시
최종 결과 집계까지 오랜 시간 소요 예상돼

[뉴스웍스=신예은 기자]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5일 0시(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산간 마을 딕스빌 노치를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시작됐다.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의 첫 여성 대통령 취임일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스트롱맨'의 귀환으로 끝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1845년 제정된 연방법에 근거해 '11월 첫 월요일이 있는 주 화요일'에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를 실시한다. 이런 절차에 따라 이번 대선은 미 동부시간 5일 0시(한국시간 오후 2시) 뉴햄프셔 딕스빌노치에서 시작해 다음 날 오전 1시에 알래스카에서 끝날 예정이다.
미 본토는 동·서부 간 시차가 있어 일부 주에서 투표가 진행될 때 다른 주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거나 개표 중간 결과가 보도되기도 한다. 다수 유권자가 우편으로 투표하는 오리건과 유타 등은 개표에 몇 주가 소요될 수도 있다.
미국 대선은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득표수가 아닌, 미국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결정된다. 백악관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경합주 선거인단이 결과 판가름
3일 공개된 NBC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각각 49%로 동률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 지지율보다 일곱개 경합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텍사스는 공화당 등 지지율이 한쪽 정당으로 쏠려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주는 누가 선거인단을 가져갈지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해리스는 226명, 트럼프는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7개 경합주 선거인단 93명 중 누가 더 많은 수를 가져가느냐에 승패가 갈린다. 북부 러스트벨트에는 ▲펜실베니아 19명 ▲미시간 15명 ▲위스콘신 10명, 남부 선벨트에는 ▲노스캐롤라이나 16명 ▲조지아 16명 ▲애리조나 11명 ▲네바다 6명의 선거인단이 있다.
펜실베니아는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됐는데, 주 선거법상 선거 당일 오전까지 우편 투표 용지를 개봉할 수 없어 최종 결과 집계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초기 개표에는 트럼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우편 투표 결과가 더해진 후반에 결과가 뒤집힐 것이란 예측도 있다.
네바다는 경합주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 투표 용지를 인정한다. 애리조나주 최대 카운티인 마리코파는 투표용지가 2쪽에다 투표 대상이 많아 최종 결과 발표에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조지아는 주법에 따라 사전 투표는 선거 당일 오후 8시까지, 현장 투표를 포함한 모든 투표는 선거 당일 밤 12시까지 집계한다.
과거 미국의 대선 결과는 투표 당일 저녁, 또는 다음 날 새벽에 당선자가 판가름 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마다 다른 투표 집계 방식 때문에 최근에는 당선자 확정까지 여러 날이 걸리는 경우가 생긴다. 지난 2000년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은 36일이 걸린 바 있다. 지난 대선이었던 2020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정은 선거일 나흘 후였다.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가 실시간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가 일곱 개 중 네 주에서 트럼프보다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리스는 네바다(49% 대 46%), 노스캐롤라이나(48% 대 46%), 위스콘신(49% 대 47%), 조지아(48% 대 47%)에서 트럼프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트럼프가 우세인 주는 애리조나(49% 대 45%) 하나다. 하지만 7개 주 모두 오차 범위가 존재해 결과를 확신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두 후보, 막판 유세로 펜실베니아 낙점
두 후보는 투표 직전까지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총력전을 펼졌다.
해리스는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 펜실베니아주에서만 5곳에서 화력을 집중했다. 그는 젊은 유권자와 흑인 유권자들을 공략하며 여성 유권자 결집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해리스 캠프는 지난 주말 경합주에서 9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300만 가구를 찾았다. 이는 라틴계 등 전통적인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할 목적이다. 해리스는 "우리는 리더들"이라며 "누구를 쓰러뜨리냐가 아니라 누구를 일으켜 세우느냐로 힘의 세기를 가늠한다는 걸 아는 그런 리더들"이라고 유세를 펼쳤다.
트럼프 역시 펜실베니아주에서 막판 유세를 펼쳤다. 트럼프는 이 곳에서 두 차례 유세를 펼치며 이 지역에 연고가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이다. 리딩 유세에서 그는 "여러분은 내일 일어나서 카멀라에게 '우리는 충분히 참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 너는 미국에서 가장 무능한 부통령이다. 카멀라, 여기서 꺼져라. 넌 해고야'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을 구해야 한다"며 경쟁자들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가 막판 유세를 펜실베니아주에 집중한 이유는 이번 대선 일곱개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 불복 가능성 암시...재선 가능성
미국 대선 승자는 패자의 '승복 연설'로 결정되는데, 트럼프의 등장 이후 이 전통이 깨지는 추세다.
이번 대선 역시 트럼프가 후보로 나서며 승복 연설 전통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처럼 대선 후보와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 불복 시위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 최초로 개표 완료 후 패배 선언을 거부한 이력이 있다. 지난 대선인 2020년 당시 트럼프는 선거 패배에 불복한 후 지지자들을 자극해 1·6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유거브가 타임스와 미국 성인 126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 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7%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그의 지지자가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비율은 12%였다.
이미 트럼프는 이번 대선 역시 패배한다면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일 펜실베니아 유세에서 "2020년 선거에서 지고 대통령 자리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며 이번에도 당선에 실패한다면 불복할 것을 암시했다.
트럼프가 소송을 통해 경합주 결과 무효화를 시도할 경우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새로운 선거인단이 주별로 꾸려지는데, 이때 각 주에서 선거인단을 선출해 1표씩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은 공화당이 주의회를 장악한 주가 26개, 민주당이 23개다. 26표 이상을 획득해야 대통령에 당선돼, 이 경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한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이번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시민 1억500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 경합주선 트럼프 우세·전국선 해리스 우위…그러나 오차 내 접전
- 혼돈의 美 대선 'D-1'…마지막 변수는 7개 경합주
- 美대선 사전투표 7500만명 넘어…'승자 결정' 최대 13일 걸릴 수도
- '美 대선' 트럼프냐 해리스냐…시나리오별 투자전략은
- 뉴햄프셔주 딕스빌노치 개표…해리스·트럼프 각각 3표 '동률'
- 뉴욕증시, 美 대선 결과·FOMC 대기하며 상승…다우 1.02%↑·나스닥 1.43%↑
- [2024 美대선] '백악관행 티켓' 주인공 공개 임박…오늘 밤 윤곽 나온다
- [2024 美 대선] '경합주' 표심은 어디로…펜실베이니아 해리스 '우세'
- [2024 美대선] 트럼프, 5개 경합주 모두 '우세'…펜실베이니아 역전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