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4 05:25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
국회,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상정해 통과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온 국민이 뜬눈으로 지새운 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인 3일 오후 10시 30분경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날 오후 11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날 계엄 선포는 지난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이다. 계엄은 국가 원수가 하는 가장 적극적인 물리력 동원이다. 전쟁이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경찰의 치안 유지 활동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경우,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에는 이런 당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종북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분이 대한민국의 사법과 행정이 마비되고, 집회와 결사가 제한되며, 민간인 대상으로 체포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계엄령을 선포해야 할 일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4일 새벽 1시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계엄 해제 요구안은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2시간 37분여 만에 무력화된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30분경 긴급 담화를 통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비상계엄에 투입됐던 병력이 4일 오전 4시 22분부로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현재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으며, 대북 경계 태세는 이상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전 5시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한밤 중의 소동은 끝났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불과 6시간 만이다.

밤사이 일어난 비상계엄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 후폭풍은 크게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 측은 계엄령을 틈타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겨냥한 체포대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리에서 즉시 하야하라"고 성토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더는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음이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며 "계엄을 해제해도 내란죄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번 계엄은 윤 대통령의 친위 세력이 일으킨, 실패한 쿠데타"라고 정의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내란죄와 군사반란죄를 지은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한동훈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전말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여권 분열 양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은 모두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으로, 이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한편, 계엄령이 발표되자 시민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모여 군·경찰과 대치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이들은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는 "당장 나가라" 등을 외치며 계엄령 선포를 비난했다.
경찰은 이날 국회 인근에 4000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비공식 추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오전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밝히면서 집결 인파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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