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5 14:53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갑작스러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증권가는 이번 사태가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증시에 단기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야당 연합이 추진 중인 대통령 탄핵의 경우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포인트를 기록하며 장을 끝냈다.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의 이탈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전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4080억원을 팔아치웠다. 직전 거래일인 3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385억원을 사들였으나, 계엄 공포에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앞서 거래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국내 증시 개장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며 계엄이 해제되자, 오전 9시 정상적으로 장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박정희 前 대통령 시해 뒤 3달…국내 증시 17.5% '하락'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30분경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날(3일) 오후 11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코스피200 야간 선물옵션지수는 한때 전 거래일보다 5% 가까이 하락하며 시장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건 지난 1979년 10월 27일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 최규하 권한대행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 사태로 시해되자, 이튿날인 27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난 1979년 계엄령 선포 뒤 주식시장에는 분명 충격이 존재했다.
KB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은 10.26 사태 이후인 1979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3달간 17.5% 하락했다. 아울러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1980년 5월부터 10월까지 역시 8.6% 내렸다.
다만 당시 주식시장이 코스피가 아닌 한국종합지수(KCSPI) 개념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산출시점 역시 중도 변경한 사례가 있어 현재 주식시장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다. 현행 코스피 지수는 지난 1984년 1월 도입됐으며, 지표 기준 시점은 1980년 1월 4일(100)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과거 사례만 보면 계엄 선포 당시 증시에 충격이 있었다"면서도 "당시는 경기 침체 기간이었다"고 부연했다.

◆尹 탄핵 국면 돌입…"朴 사례 볼 때 장기 영향 제한적"
한편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범야권은 이날 오전 0시 48분 본회의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오는 7일 실시될 예정이다.
만약 이 표결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될뿐더러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게 될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가 된다. 이 중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며 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탄핵 역시 계엄과 마찬가지로 주가 영향이나 외국인 투심 악화 등 부정적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발의된 2016년 12월 5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하락했지만, 오히려 권한정지 기간에는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승한 전례가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2017년 3월 이후 3달간 코스피는 290.63포인트(13.90%) 상승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히려 4조5054억원을 사들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미 정치적 혼란이 장기간 지속된 상황에서 이뤄졌기에 금융시장 내에서 탄핵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고,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이슈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내부 정치 이슈에 대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원은 "현시점에서는 이번 탄핵 정국이 정부나 국가기관이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해 국가에 자금을 대여한 투자자들이 위험해지는 '소버린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의 주가 및 레벨 다운 밸류에이션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2450포인트 내외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밸류업 동력 상실 우려…"지배구조 개편은 긍정적"
윤 대통령의 탄핵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요 과제로 추진해 온 '코리아 밸류업 정책'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이나, 대안으로 떠오른 자본시장법 개정안 역시 당분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연속성 있게 장기간의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계엄 사태가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볼 때에는 긍정적인 국면을 맞았다고 봤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안건의 경우 아직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이미 지난주 민주당에서는 당론을 '폐지'로 확정했기에 불확실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증시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된 현시점에서는 더 속도를 내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석열 정부의 추진력을 상실할 수는 있겠으나, 민주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문제에 있어 상법 개정안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과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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