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6 17:51
8000명 참가 예상…전직원 60% 파업 동참
비노조원 영업점 배치…업무 마비 대응나서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기업은행 직원들이 27일 총파업에 나선다. 본점 앞 오전 10시 30분부터 모여 광화문 서울종합청사까지 거리 행진을 진행한다.
참가 인원은 약 8000명으로, 기업은행 임직원 1만3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6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게 된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권의 총파업 중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점포가 마비되는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며 "공공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2차·3차 총파업까지 진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일단 기업은행 측은 총파업에 앞서 모든 고객에게 사전 안내했다. 일부 대출 상담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 비노조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해 업무 마비가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이처럼 거리에 나선 이유는 총인건비 제도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급여나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연간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만 인건비를 지출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정부로부터 예산 삭감, 인력 감축 등 불이익을 받는다. 기업은행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총인건비가 책정돼 있다.
문제는 총인건비 때문에 받아야 할 돈조차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업은행 대부분 직원은 시간외수당이 미지급됐다.
기업은행 노조가 추산한 직원 1인당 시간외수당 미지급 규모는 600만원 수준이다. 노조는 이를 100%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예산을 이유로 거부했다.
총인건비 제도는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다.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특별퇴직금을 줄 돈이 없다 보니 임금피크를 선택하는 고참 직원들이 쌓여가고 있다. 인력이 고여있어 신입 직원을 대거 뽑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기업은행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정부 역시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조정 과정에서 "보상 휴가 적체는 은행의 이익 규모를 봤을 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실태를 조사한 근로감독관 역시 시간외수당 적체 문제에 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경영진으로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은행 예산은 매년 말 다음 연도 예산안을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올리고, 금융위는 기재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운용 지침을 준용해 예산안을 확정한다.
탄핵 정국에서 금융위와 기재부 모두 승인받아야 하는 만큼 이원화된 소통 창구로 인해 사실상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다.
기업은행의 파업은 단 하루 진행되지만, 향후 자영업자 지원 방안은 원활히 진행될지 의문이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연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소상공인의 이자를 지원할 계획인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하다.
실제 2020년 코로나 지원대출 당시 기업은행에서만 총 7조8000억원, 대출 27만건이 실행되며 전 은행권 대출액의 72.8%에 해당하는 금융지원을 수행했다.
즉, 파업은 하루에 그치지만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