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4.16 14:32

일주일 간 지역별 순환 파업…경영진 비위 제보 접수도
총액인건비 규정도 손 봐…'공공기관 운영' 개정안 발의

기업은행 본점 직원 2000여명은 16일 집회에 참석해 시간외수당 지급, 부당대출 사고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사진=차진형)
기업은행 본점 직원 2000여명은 16일 집회에 참석해 시간외수당 지급, 부당대출 사고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사진=차진형)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기업은행이 두 번째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16일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을지로 본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약 2000명의 직원이 모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집회에서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이어 부당대출 사태 책임자에 대한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했다.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오는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지역별 순환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27일 설립 후 첫 단독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시간외수당 임금체불, 특별성과급 지급, 총액인건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연합회 현장간담회'에 참석하며 기업은행 사태 해결에 관심을 보였지만 4개월 동안 진전은 없었다.

그 사이 기업은행 내에서 8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되며 은행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김성태 은행장은 쇄신안을 발표해 조직다지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화를 키웠다.

기업은행이 밝힌 쇄신안에 따르면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대출마다 담당 직원과 심사역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임직원 친인척 정보는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업점 직원의 확인과 서명 역시 사실상 부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이번 기업은행 부당대출도 지점장급 이상인 임원들이 문제를 일으킨 만큼 책임자의 엄중한 문책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차진형 기자)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차진형 기자)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경영진 총사퇴 및 책임자 엄중 문책 ▲중기대출·창업기업·기술금융 KPI 폐지 ▲무한경쟁 유발 가산점 폐지 ▲부당지시자 엄중 처벌 및 취급자 면책 제도 도입 ▲부당대출 신고 시 노조 포함 진상조사위 구성·참여 ▲법률·심리상담 지원 제도 마련 ▲퇴직 직원 자회사 및 협력사 낙하산 인사 근절 ▲골프 등 접대성 친목 모임 전면 금지 ▲법무사 배정 시스템 도입 및 유착 발각 시 엄중 처벌 ▲여신 심사부서 독립부서로 전환 등 10개 혁신과제를 요구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3개월 동안 요구했던 특별성과급 지급, 체불된 시간외수당은 공공기관의 숙원 사업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영진은 금융위에 나서서 설득하지 못하고 정부의 말 한마디에 쩔쩔매고 있다"며 "그 사이 경영진의 욕심이 만들어낸 과거 목표치가 부당대출 사고로 이어졌다. 더욱이 사고 수습을 위한 쇄신안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공개적으로 경영진 사퇴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기업은행 노조는 전 직원에게 경영진 비위 제보공개 접수 및 포상을 공고했다.

은행장을 포함해, 전무이사, 부행장, 본부장을 대상으로 횡령, 배임, 성비위, 사회적 물의, 은행 명예 훼손, 위법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 일체의 불법·비위 행위의 사례를 접수하고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국회의원이 연단에 올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차진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국회의원이 연단에 올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차진형 기자)

정치권에서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집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은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제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소속 정태호 의원 등 46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한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기관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참석, 교섭·협의할 수 있도록 법 제도화한다.

정태호 의원은 이날 집회에서 "저도 직장 다니면서 돈 안 주면 열받고 성과가 많이 나왔는데 제대로 배분 안하면 회사 다니기 싫을 것 같다. 이 문제는 기업은행 행정의 책임도 있지만 제도적인 문제가 더 큰 것 같다"며 "예산 지침에 의해, 총액인건비 제도로 인해 기업은행 직원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드시 개정해서 공공기관 근로자의 권익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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