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09 11:00
"그룹 유동성 위기 심화 시…매각 대상 검토 가능성 커"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애경그룹의 남다른 '혼맥'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큰 위기에 봉착한 애경그룹과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세아그룹 등 사돈 기업과의 혼맥이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애경그룹 3세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세아그룹, SPC그룹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채형석, 채은정, 채동석, 채승석 등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있다.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은 세 딸이 있으며, 장녀인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는 지난 2013년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결혼했다.
채문선 대표는 유튜브 채널 탈리다쿰을 운영하며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했지만, 최근 해당 채널을 폐쇄하며 여객기 참사에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남편인 이태성 사장은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로, 35세였던 지난 2013년부터 세아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한 채형석 부회장의 차녀인 채수연 씨는 2016년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인 선동욱 씨와 결혼했다. 정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선 씨는 현재 이노션에서 경영수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은정 부사장의 장녀인 안리나 씨도 허희수 SPC 부사장과 결혼하며 재계와 연을 맺고 있다. 허 부사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친족 관계 중에는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 회장은 고 장윤옥 전 감사원 국장의 장남이며, 장윤옥 전 국장의 여동생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다. 장인화 회장에게 장영신 회장은 고모가 된다.
애경그룹과 포스코그룹은 협력관계도 맺고 있다. 애경케미칼의 100% 종속회사인 애경특수도료는 포스코와 광양제철소 절연코팅용액 공급을 위해 2023년 10월 전남 광양시 태인동 명당산단 내 절연코팅제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종합할 때 애경그룹이 최악의 상황에 몰릴 경우, 혼맥의 시너지가 직간접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혼맥을 이용해 경영 위기를 타개한 사례가 적지 않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2015년 처가기업인 동아원그룹이 재정난으로 휘청일 때, 동아원 계열사인 FMK를 직접 인수했다. FMK는 포르쉐 등 슈퍼카 브랜드 수입·판매사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참사로 인해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3월까지 총 1878편의 항공편을 감축해 매출 손실 450억원 이상이 예상되며, 지난달 30일 참사 하루 만에 6만8000여 건의 항공기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항공권의 선수금은 2606억원으로 집계된다. 향후 손실액이 치솟게 되면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8일 기준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6080억원, 기업가치는 1조1623억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제주항공 주가는 1만원대를 형성했으며, 참사 이후 7000원대까지 추락했다. 주가가 더 낮아지면 기업가치도 동반 하락할 전망이다.
만약 제주항공이 매물로 나오게 되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등극할 조짐이다. 하림그룹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매물로 나온 이스타항공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또 호반건설은 한진칼의 최대 주주로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하는 등, 항공업은 주요 그룹들이 탐을 냈던 영역에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제주항공을 당장 매각할 가능성은 작지만,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경우 가장 먼저 검토할 사안임은 명확하다"며 "제주항공이 매물로 나온다면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의 연계와 사돈기업 지원 사격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