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5.01.07 19:00
지난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대원들이 사고 기체 주변 잔해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대원들이 사고 기체 주변 잔해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으로부터 열흘이 지났다. 현장 수색과 시신 인도가 마무리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과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이 꼽히고 있으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사고기는 조류 충돌로 최초 착륙에 실패하자 복행(고어라운드)한 후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 역방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조류 충돌로 인해 사고기에 어떤 결함이 발생했는지는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선 양쪽 엔진이 모두 손상돼 랜딩기어 작동이 마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참사를 키운 원인은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둔덕으로 지목됐다. 둔덕을 세운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지면은 활주로보다 낮아 콘크리트 둔덕으로 수평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까지는 264m가 떨어져 있는데 그곳까지 2% 정도 아래로 경사가 져 있다. 이 때문에 활주로와 평행을 맞추기 위해 로컬라이저를 위로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날 "종단 안전 구역 내에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고 방위각 시설 전까지 종단 안전 구역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안공항의 종단 안전 구역은 방위각시설까지 199m로 의무 사항인 90m 이상을 확보해 규정에 맞게 건설됐다"고 밝혔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르면 종단 안전 구역은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최소 90m를 확보해야 하며 가능한 240m까지 확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둔덕이 안전 구역 밖에 있어 관련 지침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평시 정밀 접근 활주로인 무안공항의 경우 종단 안전 구역 설정 기준이 첫 장애물인 로컬라이저 둔덕을 포함한다는 반론이 다수 제기되자 기존 입장을 보류한 바 있다.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파손된 모습. (사진=뉴스1)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파손된 모습. (사진=뉴스1)

로컬라이저는 지난해 내구연한(15년)에 맞춰 진행한 개량공사 당시 콘크리트 기둥 위에 30㎝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올려 더 단단해졌다.

공항시설법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에 제23조 3항에 따르면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 오버런(활주로 이탈) 발생 시 항공기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쉽게 부서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국내·외 규정을 검토한 결과 종단 안전 구역 밖에 위치하는 시설에 대한 재질과 형상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는 상태"라며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이 현행 국내·외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규정 위배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했다는 점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둔덕보다 유도로 경사면을 토목으로 메우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둔덕이 높아진 이유는 활주로와 로컬라이저 사이 경사 때문인데 이 기울기를 토목으로 평평하게 메워놨으면 그 높이(활주로-둔덕 간 높이)가 일치된다"며 "경사를 흙으로 채웠다면 콘크리트는 지면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땅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목 공사가 기한 혹은 예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계획할 때 채우는 걸 전제로 했다면 미완성 상태로 준공된 것"이라며 "그럴 경우 준공 당시로 돌아가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참사 열흘 전 열렸던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이미 조류 충돌 문제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온 것으로 확인되며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비판이 나왔다.

무안공항은 인근에 철새도래지 4곳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이 큰 곳이다. 위원회는 공항, 항공사, 전문가 등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모여 연간 두 차례 회의를 개최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2차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 교수는 "위원회의 존재 목적은 조류 충돌 위험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라며 "(제주항공 등) 항공사가 적극 참여하고 모임을 보다 철저히 운영하는 등 위원회의 실질적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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