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04 16:50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25%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했지만, 우려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전자·배터리·자동차 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품목별로 확대, 반도체 업종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 관세 리스크는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전 업체들은 관세 문제를 피하고자 생산지 이전 및 생산량 조정 등 적극적인 전략 변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도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를 더 지켜보고 조치가 있으면 이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품목별 관세 예고…중국 관세 부과도 큰 영향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는 물론, 중국에서도 10%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일 대비 3.41% 하락한 116.66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나라별 관세 이외에도 품목별 관세를 고려하고 있으며, 품목별 관세는 반도체·휴대전화 등 전기기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대만의 TSMC 등을 통해 반도체 대부분을 위탁생산하고 있어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이중으로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메모리 쪽 매출이 가장 많다. 관세로 인해 미국 쪽 판매가 부진해진다면 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며 "특히 범용 메모리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품목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는 HBM의 비중을 늘리고 범용 메모리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체들이 필요한 제품 생산을 미국에서 하는 게 좋겠지만, 너무 많은 투자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리 관세 문제를 대비해 두지 않는다면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품목에 관세가 부과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관세 부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추이를 더 지켜보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여하게 되면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우시 D램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시안에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확정된다면 이들 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가전업체들, 생산량 미국 이전 방안 검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가전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트럼프발 관세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케레타로 공장은 지난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석 연휴를 맞아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건조기 등 일부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LG전자도 일부 생산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두 업체는 이미 컨퍼런스 콜 등에서도 관세 부과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3일 열린 컨퍼런스 콜을 통해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구조의 변화를 해야 할 경우, 미국 내 생산시설 운영 노하우 등을 활용해 더 적극적인 생산지 전략 변화도 고려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멕시코, 중국, 한국, 베트남 등에 고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미국 수입 물량 제한인 '세이프가드' 조지까지 취해진다면 관세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은 아시다시피 전 세계에 꽤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다"며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종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도 캐나다에 공장을 짓고 있어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조인트벤처(JV) 생산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를 스텔란티스에 전량 공급 중이다. 아직 물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관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물량을 조정할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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