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도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80%를 넘는 한국지엠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의약품, 자동차, 반도체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승용차는 미국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산 승용차도 한국으로 수출될 때 관세가 0%이며, 화물차(픽업트럭)에 대해서만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연간 100만대 이상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승용차도 관세 부과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가 부과하려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해야 한다. 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특정 품목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 장관의 보고서와 권고를 받아 수입 제한 조처를 할 수있고 관세·쿼터(수입 한도) 등의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를 현실화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을 기업으로 한국지엠이 꼽힌다. 한국지엠은 내수보다 수출 중심의 생산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생산·판매한 차량 49만9559대 중 내수 판매는 2만4824대로 전년 대비 35.9% 감소했지만, 수출은 47만4735대로 10.6% 증가했다. 이 중 대미 수출 물량은 41만8792대로, 전체의 83.8%에 달한다. 

한국지엠은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생산량 감소 및 공장 가동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평·창원 공장에서 근무하는 약 1만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국지엠은 2022년 일부 차종 단종에 따라 부평2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직 1200명을 재배치한 바 있다.

한국지엠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지엠의 국내 판매 실적은 1229대에 그쳤으며, 이는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3만1618대) 중 4%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57.5% 급감한 수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자동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을 지속할 유인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앞서 군산공장 철수를 단행한 만큼,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지속적으로 고려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25%까지 올릴 경우, 한국지엠 철수 결정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 기업인 지엠이 한국과 같은 해외 생산 기지에서 차량을 생산한 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달갑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자동차 분야 관세 25% 카드를 활용해 이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미국 내 공장 설립과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