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6.09 16:06

직영서비스센터·부평공장 일부 매각 발표에 '철수설' 부상
2대 주주 산업은행 역할론 부각…사측 "노조와 협의할 것"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 철회 촉구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한국지엠이 전국 9개 직영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일부 부지에 대한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와 정치권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방침 철회 요구에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국회의원 7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계획 철회와 산업은행 및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사진제공=한국지엠)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사진제공=한국지엠)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달 28일 서울·동서울·원주·인천·대전·광주·전주·부산·창원 등 전국 9곳의 직영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인천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 및 토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산업과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철수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조는 "정치·경제적으로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 사안을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것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특히 발표 시점은 노조 창립 54주년 기념행사를 불과 사흘 앞둔 날로, 이는 신의성실에 어긋난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내수 판매 활성화를 위해 부평공장에서 북미 수출용으로 생산하는 '뷰익 앙코르 GX'와 '뷰익 엔비스타' 차량을 국내에 판매하자고 수차례 제안했다"며 "만약 내수 철수 의도가 없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미래차 생산 계획과 신차 투입 일정, 내수판매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부평공장에 유휴 부지는 없다. 제네럴모터스(GM) 본사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부평·창원공장에 신차 투입을 확정하고, 부평2공장의 전기차 전환 및 엔진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며 "이번 계획이 2027년 종료 예정인 정부와의 재계약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추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라면, 그 헛된 기대를 당장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지엠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사회를 맡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지엠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사회를 맡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한국지엠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국지엠은 노동자와 이해관계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보에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비센터와 유휴 부지 매각은 국부 유출이며, 내수시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와 노조가 함께 관련 법제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2018년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철수 방지를 명문화한 계약이 한 2년여 남은 상황에서, GM이 선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매각 계획을 들고나온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산업은행도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허성무 의원도 "정비센터 매각은 내수 시장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이는 노조와 새 정부를 겨냥한 협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우, 한창민 의원도 "노조와 협의해 문제해결 촉구를 하겠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해결 방안 마련에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헥터 비자레알(가운데)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월 28일 쉐보레 신촌 대리점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헥터 비자레알(가운데)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월 28일 쉐보레 신촌 대리점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이번 한국지엠의 방침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GM 본사의 미국 내 투자 확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GM은 같은 날 뉴욕주 공장에 8억8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8기통 엔진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국내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지엠 측은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향후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 역시 장기적으로는 직영서비스센터를 축소 또는 매각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것은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구조를 통해 직영센터 인력을 기술 진단 등 핵심 분야에 집중시키고, 부품 공급 등 핵심 기능은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GM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정치권과 노조의 압박이 본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며 "오히려 노조와 정치권,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서비스센터 매각 이후의 운영 방안과 인력 재배치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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