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2.19 17:44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오히려 혜택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코먼웰스 LNG 프로젝트'의 수출을 허가했다.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초 환경 규제를 이유로 미국의 LNG 수출을 제한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조치다. 최종 투자 여부는 오는 9월 결정되며, 2029년쯤 LNG 생산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투자금융사 클락슨시큐리티스는 최근 2029년까지 글로벌 LNG 운반선 신조 수요가 최대 126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척당 2억6000만달러(약 376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하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세계 전체 선종 수주잔량은 약 1억566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5672척)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1억3276만CGT·5130척) 17.5% 증가한 수치다. 국가별 수주잔량을 살펴보면 한국은 3716만CGT(699척)을 수주해 전체 시장의 약 2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1272만CGT(647척), 중국은 9069만CGT(3493척)로 점유율이 8%, 58%로 집계됐다.

LNG선 수주 잔량의 경우 한국은 2007만CGT(231척), 중국은 844만CGT(90척)로 한국이 약 2.4배가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쇠락한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리·존 커티스는 최근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을 공동 발의하고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 조선소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조선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지난해 조선 3사는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0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5%가 증가했다. 한화오션의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도 1조4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8%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조선 3사는 기존의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한화오션 측은 "상선, 함정, 해양플랜트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며 "기존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경영 계획에 대해선 "아직 인수 후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사업 목표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조만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현대미포가 건조해 인도한 1만8000㎥급 LNG 벙커링선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미포가 건조해 인도한 1만8000㎥급 LNG 벙커링선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미국과의 협력이 강조되는 분위기지만, 아직 관세나 무역장벽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며 "LNG·LPG 수출 증가에 따른 운반선 수요 확대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올해 사업 목표와 관련해선 "HD한국조선해양의 주요 고객사는 유럽 시장에 많기 때문에 미국 정책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발주 증가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의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한다. 삼성중공업 측은 "해양플랜트 분야 쪽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FLNG(천연액화가스전)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조선 3사 모두 현재 3년 치 일감이 이미 확보된 만큼 당분간은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해외 조선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일본과의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미국이 해양력을 유지하려면 해외 조선소에 함정 건조를 맡길 수밖에 없지만, 방위산업은 단순히 비용과 속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입장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더욱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수주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지만, 외교적 신뢰와 과거 MRO(유지보수·수리·정비) 경험 등에서 일본이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협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과 조선산업 K-방산의 비전'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정치권과 연계한 한·미 군사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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