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06 14:00
대우건설 1순위 입찰가 인하 묵인·공공출자사업 민간출자자에 개발이익 이전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감사원은 산업은행의 여신심사, 구조조정, 투자 및 대출 등 운영실태 전반을 조사한 결과 총 20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I)는 부실한 대출 심사, 불투명한 투자자산 매각, 공동출자 PF의 개발이익 민간 이전 등 문제점이 다수 확인됐다.
KDBI는 2019년 구조조정기업의 매각 전담 자회사로 설립됐다. 당초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포함 모든 구조조정기업을 KDBI에 이관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매각구조를 개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직접 보유한 한진중공업 등 구조조정기업은 국외계약법령 적용 대상으로 수의계약이 불가능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인지하고도 법적 대책 없이 KDBI를 설립,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기업을 수의계약으로 인수하지 못해 매각 전담 자회사라는 설립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HMM 등의 구조조정기업 매각은 여전히 산업은행이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KDBI는 상업적 성격의 사모펀드 운영사로 운영돼 시장과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
KDBI가 설립 후 유일하게 매각한 회사는 대우건설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입찰 절차와 관례를 벗어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2021년 대우건설 매각 입찰에서 1순위 지위를 얻은 인수기업이 차순위가 제시한 입찰가와 5000억원 차이가 난다며 재입찰을 요구한 게 단적인 예다.
KDBI는 이 요구가 이례적이며 입찰가 인하를 위한 전략임을 알면서도 재입찰 요구를 받아들였다. 재입찰 과정에서 1순위 기업과 사전협상을 진행해 입찰가격을 2000억원 인하키로 합의하고 차순위 기업에는 수정 입찰기한만 통보하고 별도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산업은행은 1조3000억원의 손실을 확정한 반면, KDBI는 7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며 750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았다. 감사원은 관련 매각으로 인해 KDBI 임직원 11명이 45억원의 성과급을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또 있다. 산업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곤란한 기업에 대출해 103억원의 손실을 초래하는 등 여신규정 준수에 대한 내부통제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특정기업에 대해 여신지침을 위반해 총 112억원을 대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 지점장은 산업은행이 금지한 미등록 대출모집인의 알선을 받아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던 회사에 30억원의 대출을 약속했다. 해당 대출 알선을 주도한 미등록 대출모집인은 알선 대가로 최소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여신지침을 위반해 관계회사의 대출금 상환능력 심사를 생략하거나 인건비, 카드값이 연체돼 대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면책이 된다'는 사유로 코로나19 특별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대출해 줬다.
이후 산업은행은 해당 기업에 만기 전 대출금 회수를 유예하는 등 부실대출을 적기에 회수하지 못해 103억원의 손실을 확정했다. 산업은행은 대출을 진행한 지점장에게 6차례 대출 심사규정 위반으로 주의 조치만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공공출자사업에서 개발이익을 부당 이전한 것도 적발됐다. 산업은행은 2019년 12월 인천 남동구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남촌일반산업단지로 개발하는 PF사업의 특수목적법인(SPC)에 공공출자자로 참여했다.
남촌산단사업은 총사업비 2335억원, 예상 개발이익 379억원으로 수익성이 보장됐다. 개발제한구역법령에 따르면 SPC의 공공출자비율은 50% 이상, 지분율만큼 개발이익 배당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출자원금 3억7500만원에 연이자 10%를 보장받는 대신 산업은행 지분율 15% 상당의 개발이익 배당권리를 민간출자자에 이전하는 비공개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이면계약 위법성이 언론 보도돼 인천시와 인천 남동구가 계약수정을 요구했지만, 산업은행과 민간출자자는 거부했다.
이면계약으로 인해 전체 예상 개발이익 376억원 중 64.9%가 민간출자자에게 귀속됐으며 공공출자자의 배당비율은 35.1%에 불과하는 등 개발제한구역법령을 위반했다.
산업은행은 대전 안산산단사업도 이와 동일하게 진행해 개발이익을 민간출자자에게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업은행 회장에게 KDBI 설립목적대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토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부당대출로 손실을 초래하고 직무 관련 업체에 자녀를 취업시킨 지점장에게 면직 처분 명령과 부실여신 감사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통보했다. 공공출자사업에 개발이익을 부당 이전한 임직원에 대해서도 면직 처분과 민간출자자에게 배당권리와 의결권을 이전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