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1 12:04
김승연 회장 지분 증여로 그룹 지배력 신장
주주 보호 및 계열분리 가능성 배제는 숙제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김동관·동원·동선)에게 경영승계를 사실상 완료하면서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화 보유 지분이 삼형제 중 가장 많은 데다, 방산·조선·에너지 등 그룹 주력 부문을 여전히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추후 주주 권익 보호 및 계열사 한화솔루션 실적 개선, 계열 분리 가능성은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불확실성 배제, “남은 것은 투자 완급 조절뿐”
김 회장이 지난 3월 31일 단행한 한화 지분 증여의 가장 큰 의미는 수년간 그룹을 괴롭혀 온 승계 관련 불확실성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이 한화 지분 22.65% 중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는데, 이후 한화 지분 구조는 한화에너지 22.16%, 김 회장 11.33%, 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로 정리된다.
개인 최대 주주는 여전히 김 회장이다. 그러나 한화 최대 주주인 한화에너지 지분 중 50%는 김 부회장 몫이다. 이를 합산하면 김 부회장은 총 20.85% 지분으로 한화의 사실상 최대 주주가 된다.
그간 재계 및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이 김 부회장을 포함한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가치를 꾸준히 상승시킨 이후 상장해 결국 한화와 합병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이 시나리오는 한화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월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1조3750억원 규모를 매입하면서 기정 사실이 되는 듯 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한화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3형제로의 경영승계 작업은 수월해지겠지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지분 증여는 김 부회장의 차기 총수 대관식을 거행한 동시에 해당 논란을 불식하는 효과까지 본 셈이다.
더욱이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 때는 자사주를 매입해 그룹 주력이자 미래인 방산 부문에 대한 책임경영을 주도할 것임을 확고히 했다.
김 부회장이 맡은 부문의 실적도 양호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배가량 늘어난 1조7247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시스템은 79% 상승한 2193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오는 2026년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시행 전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로서는 불확실성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김 부회장 입장에서는 방산 등의 투자 방법 및 시기에 대한 완급 조절만 하면 되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 꽃길만은 아니다…남은 과제는
꽃길을 걷게 된 김 부회장에게도 과제가 없지는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유증을 단행하면서 투자 목적으로 “해외 방산산업에 1조6000억원, 국내 방산사업에 9000억원, 해외 조선업 투자에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개발에 9000억원 등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수주잔고가 32조원이나 되는 회사에서 3조6000억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금액을 주주에 손벌린 것치고는 용처가 구체적이지 못하다. 지난 2월 지분 매입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에너지에 흘러간 1조3750억원도 단순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하기에는 큰 자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1조원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잡아놓은 상태다. 사측 설명대로 유증으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향후 영업 현금 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다면, 당시 1조3750억원의 용처가 불분명해진다.
금융감독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 측은 “유증 당위성과 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이 맡은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한화솔루션의 실적도 좋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 불황으로 지난해 기준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로서 반전을 노릴 수 있는 부문은 태양광이지만, 그조차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태다.
이번 지분 증여 이후 김 부회장이 리더십을 보이지 못할 경우, 그룹 내 계열분리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추후 한화에너지 상장으로 3형제가 지분에 따라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면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 중심의 금융그룹 구축을,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통그룹 구축을 원할 수 있다.
김 부회장 외 두 형제가 각자 지주사가 될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된 다음 한화가 한화생명과 한화갤러리아 등의 지분을 매각하면 최종적인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