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수한 기자
  • 입력 2025.04.11 08:50
박창민 운리산업개발 대표이사.
박창민 운리산업개발 대표이사.

8일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부 비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도심 속 비계 붕괴는 작업자의 부상에 그치지 않고, 공공안전 문제와 시민 불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고가 아니다.

불과 두 달 전인 2월에도 광주 동구에서도 해체공사 현장에서 비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축과 해체라는 서로 다른 공정임에도 이 두 사고의 공통점은 바로 '비계의 구조적 불안정성'에 있다.

공정에 따라 비계의 설계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신축공사에서는 비계가 건물과 함께 높아지며, 명확한 고정점과 예측 가능한 하중을 가진다. 그러나 해체공사의 비계는 의존할 구조물이 없어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설계를 요구한다.

특히 소규모 해체공사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강관비계는 설계도면 없이 임의로 조립되는 경우가 많다. 외벽 고정이 부실하거나 생략되기도 하고, 발판이 불안정하게 설치돼 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 심지어 구조적 지지 없이 3층 이상 설치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아, 추락사고와 구조 붕괴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공공 발주 건설공사에 시스템비계(일체형 작업발판) 사용을 의무화했다. 시스템비계는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라 규격화된 부재와 정확한 체결 방식, 철저한 구조계산을 바탕으로 설계된다.

이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체계적 감리와 감독이 가능한 시공 환경을 조성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공사 규모나 공정과 무관하게 시스템비계 사용은 필수적 구조 기준이 돼야 한다.

설계와 구조 검토가 없는 비계는 사고 위험이 높다. 비계는 풍하중, 작업하중, 진동, 지반의 상태 등 다양한 외력에 노출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현장이 구조적 검토 없이 비계를 설치하고 있으며, 형식적인 감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설계 없이 설치된 비계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 도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는지 여부다. 최근 접이식 안전발판과 케미컬 앙카 기반의 벽이음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기술의 존재보다는 이를 실제로 구조적으로 검토하고 설계대로 정확하게 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전체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자동차 경주에서 피트스톱은 단 몇 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전문가의 협력과 정확한 실행이 요구된다. 건설 현장 또한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단계가 정밀하게 협력해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비계는 단순한 작업시설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구조물이다. 비계를 구조물로 인식하고 철저한 설계와 감리를 바탕으로 설치해야만 건설 안전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제 비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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