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04 08:30
이재명 승리요인, 보수일각 품고 의회권력 바탕 집요한 '대정부 공세'
김문수,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尹 절연 못하고 '극우세력 단절' 부재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쟁자였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는 이번 6·3 대선 자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 지형 속에서 출발한 선거였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자체가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에 반(反)하는 행위였다는 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이에 더해 12·3 계엄령이 실패로 끝나는 순간부터 사실상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왔던 이재명 당선인의 준비 상태와 원천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었던 김문수 후보의 준비 상태도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아울러, 뒤늦게 당내 경선을 치른데다 그 이후에도 한덕수 전 총리와의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협상 과정'을 겪고 그나마도 결국 단일화에 실패한 장면에서 이미 승부는 갈렸다는 분석이 적잖다.
지난 5월 28일 이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각 후보들의 지지율 추세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으로 돌입했지만 역대 선거 결과는 '깜깜이 기간' 동안에도 그 직전의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으므로 이번에도 예외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역시 그대로 추세가 이어졌다.
원천적 정치지형의 형성 외에도 이재명의 승리에는 보수인사들을 품은 것도 주효했다. 오랫동안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에서 책사 역할을 해왔던 윤여준 전 장관을 영입했고 보수논객 조갑제와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창립자를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돌려놨다. 이밖에도 권오을, 허은아, 김용남 등 정치인들을 민주당이 품는데 성공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우세가 가속화됐다.
아울러, 민주당 측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지 못하도록 교묘한 심리전을 꾸준히 펼쳐온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요인은 아무래도 민주당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의회권력을 사실상 독차지하게 됐고, 총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선인의 '일극체제'가 완성되고 견고해지면서 이 당선인의 리더십이 안착화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민주당은 의회권력을 바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명태균 게이트, 양평 땅 의혹, 채상병 사망 사건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연속해서 특검법을 발의하고 대통령 거부권이 사용되면 또 다시 재발의 하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더불어, 국가예산도 민주당 주도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장악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윤 정부의 주요 장관들에 대해 탄핵을 발의하면서 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갔다. 이 과정에서 반사 효과로 '이재명 체제'는 더욱 공고히 구축됐다.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윤 정부는 결국 '계엄령 발동'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범했고, 국회에 의해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실각하게 됐고 정치적 결정타가 됐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이후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가 가속화됐다. 대다수의 사회단체들이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지지'를 표명했고 이런 단체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급증했다.
민주당에 비해 현저히 대선 준비가 늦었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도 몇가지 기회가 있긴 했다.
우선, 한덕수 전 총리와의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이 있었더라면 최종 후보가 누가 됐을지라도 이재명 당선인과 한번 해볼만한 구도가 짜여졌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다.
두 번째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조기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지적된다. 세 번째는 김문수 후보 개인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남다른 청빈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진정성 그리고 '올바르지 않은 길이면 가지 않는다'는 장점들을 크게 부각시키지 못한 것도 패배의 요인으로 읽힌다.
무엇보다도 중도층의 표심을 잡지 못한 것에는 '윤 전 대통령과의 조속한 절연 의지 표명'이 없었던 점과 '조속한 극우세력과의 단절 선포'가 없었던 것이 뼈아픈 패배 요인이라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