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04 10:3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야가 반목과 대립을 일삼으며 계엄 사태까지 불러온 극단의 정치 상황이기에 새 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청년과 중장년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수도권 집중을 깨뜨릴 지역 균형 발전, 흔들리는 안보를 다잡는 일도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무다. 뉴스웍스는 새 정부에 대한 제언과 함께 분야별 정책 방향을 분석한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취임식 이후 21대 대통령 집무에 들어간다. 새 정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궐위로 출범한 만큼, 무엇보다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묶으려는 국민통합이 시급한 과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났듯 국민적 갈등은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념부터 세대·성별·지역 등 쪼개고 찢긴 진영 논리를 어떻게 수습할지 깊은 고민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새 정부가 국민통합의 물꼬를 트지 않고 편향된 정책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초반부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시대적 과제였던 '국민통합'…명암은 뚜렷했다
국민통합은 역대 정권마다 깊은 고민을 안고 있었던 시대적 과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30여 년간의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국민통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의 국민통합 정책은 과거 권위주의의 잔재를 청산하고, 사회 전반의 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틀 다지기에 집중됐다.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실시, 공직자 재산 공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강력한 개혁 정책으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면서 민주주의 심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개혁들은 장기적으로 국민통합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으로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 점, 무엇보다 임기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한 극심한 혼란은 국민통합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국민통합 정책은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와 사회적 갈등 관리의 미흡함으로 그 빛이 바라고 말았다.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옮겨가는 역동적인 과정에서 그에 따른 진통과 과제를 명확히 보여준 시기다.
민주 진영의 첫 번째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민족 통합의 큰 틀을 제시한 바 있다. 통일과 평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자극했던 '햇볕정책'은 남북정상회담 등 가시적 성과를 가져왔지만, 나중 이념갈등을 크게 자극하며 역설적으로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말았다.
다만,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금 모으기 운동'은 국민통합을 이룬 긍정적 사례가 됐다. 위기 극복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금융·기업·공공·노동 4대 부문의 개혁 성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의 정부를 '국민의 정부'라 칭하며 인권 신장과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은 권위주의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협의 없는 일방적 소통, 분열로 나타나다
노무현 정부도 '참여정부'를 표방하며 국민통합에 부단히 애를 썼다. 권위주의 청산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나섰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며 '열린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려 했고, 국민경선제 도입 등의 정치개혁으로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 국민통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행정수도라는 파격적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행정수도 추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좌절됐다. 이 과정에서 법리 논쟁과 함께 격렬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며 대립 양상이 극심했다. 이후에도 행정수도 이전 논란은 정치적 쟁점으로 남아 사회적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다. 국민적 합의 없는 강력한 정책 추진이 의도했던 통합보다 분열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동산 정책 갈등과 언론과의 연이은 마찰도 참여정부의 아쉬움이다. 국민통합의 진정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정치적·사회적 충돌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은 새 정부에게 분명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부각하고자 이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를 공식 명칭으로 채택했다. 일명 '747공약(7% 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G7 진입)' 등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국민통합을 시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속한 정책 대응에 힘입어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 동안 경제적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회 전반의 안정을 꾀한 것이다.
반면, 4대강 사업과 같은 국가적 사업 추진에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 주도로 밀어붙인 점은 찬반 진영의 극심한 대립을 불러왔다. 여기에 광우병 촛불사태와 용산 진압 사태 등도 결과와 상관 없이 진영 논리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폭증시킨 부정적 사례로 남고 말았다.

◆정치는 '승자 독식 구도'…그럼에도 국민 통합 위해 협치해야
나머지 대통령들도 국민통합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출범하며 통합형 인사와 사회갈등 중재를 시도했으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통합 이미지 붕괴와 함께 극심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용국가론과 공정사회를 기치로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남북화해를 시도했으나, 코로나 사태와 맞물린 경제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검찰 개혁과 조국 사태 등 진영 간의 격한 갈등에서 이렇다 할 중재를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국민통합이 아닌, 진영 간의 세대력 구도를 공고화시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유는 국민통합의 전제"라고 선언할 정도로 자유·공정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 등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었다. 극명한 단절 기조는 결국 정쟁 심화와 계엄사태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불러오고 말았다.
이러한 역대 대통령의 국민통합 사례를 참조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국민통합 방향성은 명확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 구조 자체가 대결적이고 승자 독식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군가의 '대변자'로 비치는 순간 국민통합은 어려워진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출범한 만큼, 반드시 야당과의 협치를 이뤄내 입법과 사법에 이은 행정까지 '독재'에 나선다는 인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0% 이상을 득표해 내란을 청산하겠다는 선거 과정의 진영 논리도 털어내야 한다"며 "만약 집권 초기부터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야당을 전면 배제한다면, 전 정부의 내란사태와 비슷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를 수 있다. 야당과의 전면적인 협치로 미래 세대 불평등과 경제·외교 위기 등 당면과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유나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한국PR협회 세미나를 통해 "지난 정부의 정책 PR은 타협, 협상, 경청 등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 전략보다 압박, 제재, 통보 같은 일방적 전략이 주를 이뤘다"며 "새 정부가 앞으로 정책의 내용과 의미, 성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국민 중심의 소통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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