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06 20:00
사측, 노조와 상의 없이 일부 자산 매각 통보 논란
노조 "국내 철수 군불 떼기"…GM 본사 입장은 '오락가락'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한국지엠이 미국발 자동차 관세 위협에 따른 수요 침체 전망을 극복하고, 지난 5월 견조한 수출 실적을 냈음에도 철수설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사측이 관세문제 중장기 대응 차원에서 낸 부평공장 내 비핵심자산과 전국 직영서비스센터 9곳 매각 방침이 노동조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지는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의 고질적인 두루뭉술한 입장도 국내 철수에 대한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 지도부는 지난 5일 민주당 등 국회의원실 7곳과 한국지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측과 간담회를 열어 사측의 일방적 자산 매각 방침을 성토했다.
정치권은 신정부가 막 꾸려졌고, 산은은 회장 교체기인 만큼 노조는 이 자리에서 이렇다 할 확답은 받지 못했다. 다만 산은은 사측의 자산 매각 방침에 대해서는 시기상 좋지 않다는 실무의견까지는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만간 사측의 자산 매각 방침에 대항하는 상세 투쟁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지엠 경영진은 지난 5월 28일 전 직원에 재무구조 안정화 차원의 ▲서울·동서울·원주·인천·대전·광주·전주·부산·창원 9개 직영서비스센터 순차 매각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 및 창고 등 활용도 낮은 시설, 토지 매각 등을 통보했다. 이에 당일 잡혀 있던 올해 첫 임금·단체협상 노사 상견례는 취소됐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부평공장 매각 대상에 생산라인은 포함되지 않고, 추후 생산활동에도 전혀 지장 없다"고 말했다. 기존 직영서비스센터 직원 고용 승계는 물론, 업무도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단순 관세 문제 대응 차원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5일 소식지를 통해 "지난달 28일 당시 사측은 본사와의 긴급한 회의 때문에 임단협을 연기한다 했는데, 확인해 보니 자산 매각 방침이 이미 전날 산은에 통보됐다"며 "모든 게 노조와 사전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는데, 앞으로 사측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노조는 부평공장 비핵심 자산 매각은 한국지엠 관련 모든 공급망 축소를 의미하고, 노조가 제안한 유휴부지 활용 친환경 미래차 생산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사상 초유의 직영서비스센터 매각도 그동안 단 두 개 차종(트레일 블레이저·트랙스 크로스오버)으로 연명하고, 신차도 생산하지 않았으면서 수익적자를 이유로 매각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2000년대부터 닥친 무수한 위기를 직원들이 밤낮 없이 일해 극복해 왔지만 결국 사측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이후에도 주요 자산들을 매각해 왔다"며 "이번 조치도 내수 부진에 따른 국내 철수 군불 떼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90%에 가까울 정도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행정부의 25% 자동차 관세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에도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의 상품성에 힘입어 두 달 연속 해외 시장 4만대 이상 판매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반면 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8%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산 일부가 매각된다는 것은 미국 GM 본사가 한국을 단순 생산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시각을 가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지엠 본사 결정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한국지엠의 이번 자산 매각 방침도 단계적 한국 철수 신호탄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이미 미국 GM 본사는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잠재력 있는 시장에서도 철수한 전례가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GM 본사는 현재 한국지엠 상황과는 상반되는 입장을 밝혀 국내 자동차 업계와 한국지엠 노조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한국 사업장 전략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남을 것이고, 이는 낙관적"이라며 "25%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결정을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불과 지난 4월만 해도 "관세 부과가 장기화하면 (한국지엠)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일부 자산 매각 방침은 추후 생산계획에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GM 본사와 한국지엠 주채권은행인 산은과의 사업장 운영 계약기간은 오는 2027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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