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04 16:20
교섭 불발 시 임시대의원회 소집…국면 전환 등 논의 예정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난항 속에 사측이 언론을 통해 퍼뜨리는 '한국지엠 철수설'은 협상용 카드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철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도 핑계일 뿐,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4일 서울 중구 정동길 경향신문사 별관에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한국지엠 구조조정 중단, 미래 발전 전망 제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엄상진 금속노조 사무처장, 안규백 한국지엠지부장, 정창묵 인천지부 GMTCK지회장, 김용태 대전충북지부 부품물류지회장, 김태훈 인천지부 부평비정규직지회장, 오민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자문위원 등 부품·비정규직 지회장들이 참석했다.
노조 측은 현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삼권 중 파업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노란봉투법 때문에 기업이 철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며 강성 노조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하청 비정규직 의제를 받아 사측과 교섭에 나서고 있음에도 이런 노력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며 "철수설 관련 기사가 잇따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명확한 입장과 현재 활동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엄 사무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GM은 대우차 인수 후 물량 협박과 철수 위협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해 왔다"며 "군산·부평2공장 폐쇄에 이어 정비사업소 매각, 철수설까지 언론을 통해 흘리며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제는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부장은 "교섭 요청에도 사측은 응답하지 않고 보도되는 철수설 때문에 교섭 재개는커녕 최근 노조법 개정 입법과 관련 노사 리스크를 운운하고 '한국 사업장 재평가'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노조법 개정을 폄훼하는 것과 동시에 정부 정책 기조를 상대로 협박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지회 측은 "한국지엠과 동일한 조건에서 임금을 동결했는데, 정작 흑자를 기록한 뒤에는 다른 법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부품물류지회 측은 "하청 구조 속에서 상여금 폐지, 휴가권 박탈 등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철수설은 단지 고용 불안을 조장해 추가 이윤을 챙기려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지회 측의 경우 "임금 차별뿐 아니라 안전 문제까지 직결돼 있다"며 "노조법 2·3조는 최소한의 안전권 보장 장치로 끝까지 권리를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한국지엠지부 정책자문위원은 "지난해 파업 시간이 늘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며 "이는 파업과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파업 시간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0시간이었으나, 2023년 32시간, 2024년에는 84시간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2021년 -3760억원에서 2023년 1조3506억원, 2024년 1조3572억원으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2022년 2101억원에서 2023년 1조4996억원, 2024년 2조2077억원으로 꾸준한 개선세를 보였다.
오 위원은 "GM 철수 문제와 노조법 2조 개정은 별개의 사안이며, 내수 판매 역시 노조법 개정과는 무관하다"며 "한국지엠은 수년 전부터 내수 판매를 축소해 왔고, 부평공장에서 뷰익 앙코르와 엔비스타를 생산·출시해 국내 판매를 확대하자는 노조의 제안도 여러 차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향후 노조 투쟁 수위와 협상 교착 원인, 정부 역할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안 지부장은 교착 상태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5월 첫 임금협상 상견례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두 가지 조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지엠이 전국 9개 직영정비사업소의 단계적 폐쇄와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관세 대응 명분을 내세운 불가역적 조치로,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방식이었다"며 "이에 대해 노조는 특별단체교섭을 통한 재논의를 요구했지만, 본사 승인이 필요하다며 회사가 교섭 요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안을 본사에 보고·승인받는 시스템이 협상 지연의 또 다른 핵심 이유"라며 "노란봉투법 때문에 파업이 격화됐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사측이 이를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섭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임시대의원회를 열어 쟁의행위 확대를 포함한 국면 전환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할을 묻는 말에 오 정책자문위원은 "언젠가는 GM이 철수하겠지만, 최소한 상도의가 있다면 신차 설계와 제조, 공급망을 유지한 채 떠나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협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비사업소 매각 추진은 2028년 협상 만료를 앞두고 정부와 노조에 보내는 신호라며 언론이 철수설을 부각할수록 GM의 몸값만 높아지고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2018년 GM이 8100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이번에도 몇조원을 요구할지 주판을 튕기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한국지엠의 내수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언론들이) 사측에 '철수하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부평·창원공장 가동률 유지 방안 ▲관세 대응 차원에서 북미 외 수출 거점 다변화 계획 ▲뷰익 앙코르·엔비스타의 국내 생산·출시 여부 등 실질적인 전략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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