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6.10 13:29

이재명표 석화 특별법, 각종 정치·경제현안에 밀려
석화 업계 "현장 충격 최소화 점진적 구조조정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5월 15일 여수화학산업단지가 있는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5월 15일 여수화학산업단지가 있는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고사 위기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 지원 및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이 이르면 오는 7월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관련 입법이 필요한 국회에서 석화 업종 지원방안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석화 구조조정의 경우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업체별 이해관계도 엇갈리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비롯한 여수 지역구 의원실발 구조조정안 관련 입법 추진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만큼 관계부처·기관 인사와 12·3 내란 척결, 추경 편성 및 상법개정안 처리 등 굵직한 정치·경제현안 논의에 밀렸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업종 지원은 가능해도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조정은 당장 착수가 불가능한 것이다. 조계원(여수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7월 4일까지로 예정된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편성이 확정된 후에나 관련 입법 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석화업종 구조개편 및 친환경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 구조개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업계 자율 구조조정에 맡긴 윤석열 전 정권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공급과잉을 겪는 석화 업종은 업계 자율에 맡겨도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적 불황 상태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8년 석화 자급을 목표로 대규모 증설에 나섰고, 중동도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석화 투자를 확대 중이다. 심지어 세계 제일 산유국인 미국도 석화시설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석화 업계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해 일명 산지직송이나 자급자족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은 한 2030년 이후까지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에쓰오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에쓰오일)

이른바 석화 업계 공룡 기업들도 견디다 못해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LG화학은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필터를 만드는 워터솔루션 사업부와 에스테틱 사업부 등 알짜배기 계열사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해 1조8256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낸 데 이어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간 롯데케미칼은 고연령 생산직 직원들 대상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불황 장기화 시 손실은 석화 업체들에만 그치지 않는다. LG·SK·롯데·HD현대 등 정유 및 화학이 캐시카우인 그룹들에까지 유동성 문제가 전이될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 제기된다.

한때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의 중심지였던 유럽은 이미 구조적 문제로 해당 산업이 고사 중이다. 그나마 일본 사례가 한국 석화 산업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K-석유화학,생존과성장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70년대부터 예외적으로 독점금지법 적용을 배제하며 정부 차원에서 구조재편 관련 정책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과잉설비 등은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 부문별 분리·통합 및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했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벤치마킹 할 수도 없는 것이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할 경우, 화학단지가 몰린 여수산단이 텅 비게돼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LG화학 등 대기업들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 인력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지면 대규모 1회성 손실 또한 피할 수 없다.

복수의 석화 업계 관계자는 "중소 석화업체들은 강력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지만,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들은 소극적인 만큼 윤석열 전 정부도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맡겼던 것"이라며 "석화 업종이 거대한 분기점에 섰고 단기간 해결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신정부가 강력한 구조개편을 기본으로 하되,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점진적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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