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6.19 12:00

수요 침체 상황에 국제유가 상승…정제마진 축소 불러
'정유 빅4', 겹악재로 1분기 이어 2분기도 적자 예상

한 경차 급유 모습. (출처=안광석 기자 DB)
한 경차 급유 모습. (출처=안광석 기자 DB)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 및 글로벌 수요 침체에 따른 장기 불황을 겪는 정유 업계에 국제유가 불확실성이라는 겹악재가 추가됐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 고조는 당장은 유가 급등을 불러와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 하락을 불러온다. 완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생산비용을 뺀 값이 정제마진이다.

19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한 상태이나,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최종 명령은 보류 중이다.

그러나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결코 굴복하지 않으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심각한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란 석유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석유수출기구(OPEC) 내에서는 세 번째로 많다. 하루 16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 데다, 인근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가 수출되는 주요 통로다. 전 세계 원유의 30%가 이 해협을 거친다. 한국도 해당 해협을 통해 원유를 들여오는 만큼, 봉쇄되기라도 하면 유가 급등이 아닌 파동 수준으로 확대된다.

지난 주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에 불과했던 유가는 현재 70달러선을 거뜬히 넘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 WTI는 18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배럴당 0.30달러 상승한 75.14달러를, 북해산 브렌트유는 0.25달러 오른 76.70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일보다 1.86달러 상승한 75.51달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운임료 상승은 물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한국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과거 시점에서 수입한 원유 재고의 장부상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불시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 특성상 올랐던 재고평가이익은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정제마진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워낙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상태이기에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정유 '빅4(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중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18일 종가 기준 주당 10만1100원까지 올랐으나, 19일 다시 9만원대로 돌아온 상태다. 에쓰오일 주가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시 3주 시차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만 이는 정유사들의 이윤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원료인 원유를 100% 수입해서 정제하기 때문에 원유 가격을 포함해 정제시설 인건비와 운영비, 운송비용 등의 생산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불황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정유사들 재무사정과 달리 인건비는 우상향 기조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원유 등의 운송비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분도 호재가 아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수요 침체는 그대로인데, 생산비용은 오르니 정제마진 하락은 불가피하다.

서울시 공덕동 에쓰오일 사옥. (사진=에쓰오일)
서울시 공덕동 에쓰오일 사옥. (사진=에쓰오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3.51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이 3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통상 정유사가 수익을 내기 위한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2분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졌다. 증권사 추정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18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800억원대 적자가, HD현대오일뱅크는 흑자에서 적자 전환이 전망된다.

대한석유협회 측은 "세계 경기가 호황이라면 국제유가 상승 시 석유제품 수요 역시 늘어나 석유제품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정제마진도 증가하지만, 석유제품 수요에 큰 변화가 없다면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생산비용 증가로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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