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23 11:13
공급과잉에 美 이란 공습 따른 유가급등 '겹악재'
자구책 추진 중…신속 정부 주도 근본 구조개편 절실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 만성화 및 유가 급등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 우려 등 겹악재로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가 자체적인 사업 재편에 한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았던 석유화학 지원 및 구조개편안은 빨라야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각 업체들은 당장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산한 분위기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국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습에 따라 22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란 측은 조만간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이를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이란 석유 생산량은 글로벌 생산량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가 수출되는 주요 통로다. 전 세계 원유의 30%가 이 해협을 거친다. 한국도 해당 해협을 통해 원유를 들여온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은 물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환율급등 등 한국 경제에는 불리한 여건이 조성된다.
특히 유가 상승은 그렇지 않아도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에 치명적이다. 당장은 유가 급등으로 재고가격 상승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로 정제마진 하락을 부채질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안건을 의결한 후 한국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배럴당 71.20달러로 70달러선에 올라섰다.
당장은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이 최종 승인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이와 관련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브렌트유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화학시설이 몰려 있는 여수화학단지는 지난 주만 해도 수요 침체 상황에서 인건비·전기료·물류비를 감당 못 해 절반 이상이 불이 꺼졌고, 연기도 피어오르지 않고 있다"며 "유가 급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에 정부 구조개편안이 당장 발표된다 해도 적어도 내년까지 공동화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체들은 당장이라도 버틸 수 있는 자금 마련을 위해 과거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어 인수했던 알짜배기 사업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처리 사업이다.
LG화학은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겸해 꾸준한 수익을 내온 수처리 필터 사업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1조4000억원에 양도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아울러 지난 2024년부터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등 주력 부문 일부 시설과 미용 필러를 제조하는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LG화학은 희망퇴직 등 대규모 인력 감축설에 시달리는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연면적 5775㎡ 규모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을 시노펙스 멤브레인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금액은 비밀유지의무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핵심 사업부문에서도 HD현대와 각사가 보유 중인 NCC 시설 통합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1조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울산공장에서는 고연령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까지 실시 중이다.
정유사들도 자체 구조 개편에 여념이 없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일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대산공장 증설 투자를 통해 윤활기유 시장에 새롭게 진출키로 했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 및 산업용 윤활유 등 윤활유 제품의 필수 원재료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을,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원료공급 효율화 및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이는 모두 단기책일 뿐 중장기 사업 안정화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이 심각하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수갑)이 지난 11일 석유화학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기는 했다. 다만 해당 법에는 사업 재편에 따른 세금 공제 및 생산 과정 보조금 지원, 연구·개발 육성 등이 담겼을 뿐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생산과정 지원 및 규제 완화는 이전에도 있었다"며 "중국은 물론 중동과 미국까지 시설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 정부의 강력한 주도 아래 구조적인 개편과 통·폐합 작업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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