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16 18:30
올해 美 관세 여파로 수출 부진…내수서 견인 역할
전문가 "노후차 교체 감면 정책도 조속히 추진해야"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정부가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30%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로 수출 둔화를 상쇄하려면 추가 감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16일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및 밥상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승용차 개소세 한시 인하(기본세율 5%→탄력세율 3.5%, 감면 한도 100만원) 조치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5월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68만786대로 전년 동기(66만651대)보다 3.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수출은 3.8% 감소한 116만8338대를 기록했다. 특히 내수 판매 증가의 대부분은 수입차가 이끌었다. 수입차 판매는 11만7735대로 전년보다 14.4% 늘은 반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는 1.0% 증가에 그쳤다.
개소세 인하 조치가 내수 회복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개소세 인하 조치가 일몰되자 직후 차량 판매가 약 13% 줄었고, 2020년 개소세율이 70%에서 30%로 낮아졌을 당시에도 내수가 약 16% 감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차 판매는 163만5000대로 전년보다 6.5% 감소했다. 이는 2013년(154만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에는 수출 호조로 전체 생산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현지 생산 확대 영향으로 수출 물량 상당 부분이 현지 생산 또는 재고 공급으로 대체되면서 하반기 수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생산 위축과 함께 부품업계 전반에도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정부는 올해 1월 '2025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상반기 한시적으로 개소세 인하를 재도입했고, 실제로 내수 회복세가 관측되면서 연장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수출 감소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내수 활성화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개소세 감면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개소세는 특정 물품을 사거나 특정한 장소에서 소비하는 비용에 부과하는 간접세를 말한다. 주로 사치성이 높은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고 세금 부담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공급가의 5%를 기본세율로 적용하며, 이 세금에 추가로 30%의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공급가+개소세+교육세의 10%)가 부과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 인하 조치로 세율이 3.5%로 줄면서, 교육세와 부가세를 포함해 최대 143만원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 개소세 감면이 적용된다.
반면 비과세 대상도 존재한다. 경차(1000cc 이하 승용차)와 9인승 이상 승용차, 영업용·캠핑용·장애인용 차량, 다자녀 가구(자녀 3명 이상)는 개소세가 면제된다.

현재 완성차 업계는 내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6에 최대 500만원, 그랜저·싼타페에 최대 200만원의 혜택을 제공 중이며, 기아는 K5·K8에 각각 최대 230만원, 330만원의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도 할부 이자 지원, 현금 지원 등 다양한 마케팅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장 조치는 단기적 수요 진작에 매우 효과적으로 각 제조사의 관련 프로모션 확대와 함께 내수의 빠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전기차 전환기 등의 중요한 시점에서 소비자 구매 심리에 대해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개소세 연장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량 출고는 미뤄지는데 세금 혜택까지 사라지면 억울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업계는 특히 개소세 인하 연장뿐 아니라 이달 말 함께 종료되는 노후차 교체 시 개소세 70% 감면 정책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해당 제도는 10년 이상 된 차량을 신차로 교체할 경우 최대 100만원 한도로 개소세를 감면해 주는 정책으로, 오는 30일 종료된다. 제도 연장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권은경 KAMA 조사연구실 실장은 "소비자에게 체감도가 높은 정책은 노후차 감면 혜택"이라며 "수출 부진으로 산업이 흔들리는 시점에서, 내수진작을 위해 국회에서 법안 개정을 조속히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에 개소세를 과세하는 현 체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개소세는 1977년 사치성 소비 억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자동차가 사실상 생활필수품이 된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가 픽업트럭이 '화물차' 분류로 개소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은 형평성 논란도 낳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13만4000대로, 인구 1.96명당 1대꼴이다.
이에 국회에서도 과거부터 개소세 폐지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통과는 번번이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에어컨·냉장고 등 생활가전에 부과되던 개소세는 폐지됐지만, 자동차는 여전히 과세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개소세는 세율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수단이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재부 반대로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며 "차량 판매가 늘면 세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나, 대체 세원이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폐지·완화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