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6.18 16:37

우리금융경영연구소, 1년 간 현지 탐방기록 발간
심층분석 통해 경영전략 모색…시니어 특화 공략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보수적이던 일본 금융회사의 경영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초고령사회 대응 서비스, 글로벌 진출, 유연근무제 도입 등은 한국 금융권에도 도입 가능한 사례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8일 일본 경제와 금융의 전환기를 담은 보고서 '일본 경제 대전환'을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1년에 걸친 현지 조사와 기관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본 경제구조와 금융사의 전략 변화를 집중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1부 '노인의 나라, 그들이 사는 법'과 2부 '달라진 일본, 멈춰 선 한국'으로 구성됐다. 특히 고령화가 자산관리 트렌드를 어떻게 바꿨는지, 금융사의 체질개선과 디지털화 전략이 어떻게 병행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조명했다.

◆일본 금융, 장기불황 넘어 글로벌로

장기 침체의 대명사였던 일본 금융사는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MUFG, SMFG, 미즈호 등 3대 금융그룹의 2024년 순이익은 3조9260억엔(약 37조원)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성장의 핵심은 '현지법인'이 아닌 '지분투자' 중심의 글로벌 전략이다. 2006년 해외 수익 비중이 15%에 불과했던 일본 메가뱅크들은 2023년에는 이를 50%로 끌어올렸다.

국내 금융지주 역시 해외사업을 적극 펼치며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일본과 다른 점은 현지법인 설립에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은 현지 금융사 지분투자를 통해 시장을 파악한 뒤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지분투자 방식은 현지 관련 정보가 부족하거나 규제가 강력한 경우 탐색적 접근 차원에서 활용도가 높다. 또 배당과 지분법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현지에 진출한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경험 축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경영환경의 변화로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지분을 축소하면 되고,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인수·합병하거나 자회사로 편입시키면 된다.

국내 금융지주 역시 지분투자 형식으로 해외사업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일본은 2007년부터 이와 같은 투자방식을 구사해 왔다.

◆초고령사회 대응 전략…한국의 미래 그리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돌입해 시니어 자산관리 시장에서 다양한 모델을 구축 중이다. 간병·치매 보험, 주택자산 활용 상품, 세대 간 자산이전을 위한 신탁 활성화는 한국에도 즉시 도입 가능한 전략으로 꼽힌다.

우리금융 역시 일본 사례를 경영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우리금융은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시니어 고객 특화 금융상품 및 전용 콘텐츠 개발 등 시니어 통합서비스 구축을 진행 중"이라며 "은행, 증권, 운용 등 그룹사 간 협업을 통해 신성장 기업 발굴 및 지원,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고령자·유병자 대상 상품개발과 돌봄·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상품으로 유가족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뜻도 밝혔다.

◆조직문화 변화…‘주4일제’ 실험도 본격화

주4일제 도입 역시 주목할 변화다. 일본 기업은 세 가지 형태로 주4일제를 운영 중이다.

먼저 하루 8시간(주 32시간) 근무를 유지하되 급여가 기존의 80%로 낮아지는 급여삭감형, 급여조정이 없는 대신 하루 10시간을 근무하거나 주·월 단위로 총근무시간이 유지되는 근무시간유지형,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은 줄어들지만 급여는 그대로 유지되는 급여유지형 등으로 나눠 적용하고 있다.

미즈호 그룹은 일본 금융그룹 최초로 주3일제와 주4일제를 도입했다. 대신 급여삭감형을 선택했다. 급여삭감으로 직원들의 수입은 적어졌지만, 부업과 겸업을 허용함으로써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이밖에도 육아휴직 독려를 위한 직원 응원수당, 고령자 재취업 등 인구변화로 인해 일본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이러한 변화가 국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봤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주4.5일제를 공론화하고 있는 만큼, 민간도 근무형태 다양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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