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6.28 14:00

정제마진 상승세에 하반기 정유 부문 실적 상승 기대
고객사 현대차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생기 도는 SK온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사진제공=SK그룹)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절망적이었던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에 조금씩이지만 서광이 비치고 있다.

주력인 정유 부문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회복 추세인 데다, 배터리 계열사인 SK온 공장 가동률이 오르면서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회복을 위한 관건은 자회사인 SK온 살리기로 요약되는 리밸런싱 작업이나, 당장 방향성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액 18조8794억원, 영업손실액 1717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올랐지만, 수익은 적자로 전환하는 등 1분기와 비슷한 양상이다.

다만 1분기 대비 적자폭이 다소 줄어든 데다, 최근 정제마진 상승세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정제마진이란 석유화학 완제품 가격에 원유 구입 등 생산비를 뺀 비용으로 정유 업종 수익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정유사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4~5달러 사이에서 발생한다.

1분기만 해도 3달러대에 불과했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4월 4.4달러, 5월 6.6달러로 꾸준히 오르다가 이달 들어 7달러대를 웃돌고 있다. 정제마진 변동분이 실적에 적용되려면 1개월에서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3분기에는 2889억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침체가 여전한 만큼 현재의 상승세는 어디까지나 단발성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침체에 따른 글로벌 공장 가동률 하락과 노후시설 폐쇄가 잇따르면서 일시적인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3분기는 일시적으로 2분기 휴가철 정유 수요 증가분이 반영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정제마진 강세는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이사 총괄사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이사 총괄사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아픈 손가락'인 SK온의 미국공장 가동률이 늘어난 것도 호재다.

지난 5월부터 SK온의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SUV '아이오닉9'이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K온은 지난 3월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공급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량은 3월 기준 6872대에서 4월 1만756대, 5월 1만7045대로 급상승 중이다.

이와 관련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가 연말 종료되는 만큼, 이때까지 미국 생산 전기차 선호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2~3분기 SK온이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한다면 적자 대폭 축소와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공장 가동률 증가가 반드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고, 미국 현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 효과도 일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장기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진행 중인 SK온 중심의 리밸런싱을 효율적으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네 차례 SK엔무브 상장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끝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100% 자회사로 SK이노베이션에 다시 편입된 SK엔무브와 SK온을 합병시켜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시도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건이 안 되니 SK엔무브 상장을 과감히 포기하는 등, 그룹 내 M&A 전문가로 통하는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빠른 결단이 돋보인다"며 "아직은 SK이노베이션을 둘러싼 전망이 좋다고 볼 수 없지만, 그동안 실적 악화에 정체됐던 리밸런싱을 위한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