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7.29 17:25

비은행에서 갈린 승부…주주환원 경쟁 '2막' 돌입

(자료=각 사)
(자료=각 사)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올해 상반기에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핵심 지표별로 엇갈린 성과가 나타나면서 '절대 우위' 대신 '상대 비교'가 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비은행 실적, KB 압승…신한은 리딩뱅크 탈환

29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3조435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금융은 3조374억원으로 약 4000억원 뒤처진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차이는 비은행 부문에서 갈렸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서는 신한은행이 오히려 국민은행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신한은행은 2조2668억원을 기록한 반면 국민은행은 2조1879억원으로, 리딩뱅크 자리는 빼앗겼다.

그럼에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압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은행 계열사 덕분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총 순이익 규모는 KB금융이 1조4490억원으로, 신한금융(9599억원)보다 4891억원 더 많았다.

KB손보를 필두로 KB증권, KB국민카드, KB라이프 등 비은행 계열 4인방이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상반기 누적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올린 계열사가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뿐이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나 감소해 비은행 대장 자리를 신한라이프에 내줬다.

◆해외 실적은 신한 우위…KB는 '흑자 전환' 반전 카드

이처럼 국내에서 두 금융지주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그동안 해외사업에 공을 들인 신한금융은 상반기 431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성적(763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법인(1325억원), 일본법인(854억원) 외에도 카자흐스탄(482억원) 등 해외 거점에서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KB금융의 해외 실적은 상반기 누적 3129억원으로, 신한금융과 약 1000억원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KB뱅크(옛 부코핀은행)는 현지 회계기준으로 약 3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5년간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KB뱅크는 국민은행 해외법인 5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점 173개, 직원 수는 약 2900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부실 해소를 위해 투입된 자금만 1조5000억원 이상이었기에 그룹 차원에서 흑자 전환이 절실했다.

하반기에는 KB부코핀파이낸스 매각 대금도 유입된다. 국민은행은 지분 85%를 JB금융지주 계열사인 JB우리캐피탈에 넘겼다. 지분 매각 금액은 약 290억원이며, 연내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면 KB뱅크의 경영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CET1·환원율, 신한 '확실한 메시지'…KB는 2단계 집행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 두 금융지주의 '실적'보다 중요한 건 '주주환원'이다.

KB금융은 올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13.5%를 초과하는 이익자본을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반기 CET1 비율은 13.74%로, 자본정책에 따라 하반기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계획이다.

다만 배당가능이익 부족으로 인해 연내에는 6600억원만 매입할 예정이다. 부족분은 자회사 중간배당을 통해 마련하고, 내년 초 나머지 1900억원을 매입·소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25년 총 주주환원 금액은 3조100억원이며, 이 중 자사주 매입 금액은 1조6700억원이다. 총 주주환원율은 50.9%에 달할 전망이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주요 계열사의 중간배당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감액배당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으로 이월되는 자사주 매입분 때문에 2026년 주주환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13.59%를 기록했다. 1분기 0.21%p 상승에 이어 2분기에도 0.53%p 오르며 자본비율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시장 예상치보다 많은 6000억원으로 발표됐다. 이에 따라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1조2500억원, 현금배당 1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총 주주환원율은 46%에 달한다.

증권가는 신한금융의 주주환원 수익률이 7.1%로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밸류업 계획에 따라 자사주 소각 중심 전략은 변함없다”며 “현 시점에서 감액배당은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자본관리 아래 밸류업 추진이 순항 중임을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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