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8 11:55
시행 3년, 사망자 2000명대 제자리…사건 73%는 여전히 '수사 중'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줄지 않고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사 지연과 낮은 형량으로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건 1252건 전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소 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규정해 제정 당시 '강력한 처벌법'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건의 73%(917건)가 여전히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모두 사건 처리 속도가 느렸는데, 노동부 수사 중 절반이 6개월을 넘겼고 검찰 역시 56.8%가 장기 미제 상태였다. 이는 일반 형사사건(10.3~14.6%)보다 최대 5배 늦은 수치다. 입법조사처는 "수사 지연이 법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처벌 수위도 낮았다.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보다 세 배 높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 중 85.7%가 집행유예로 끝났다. 실제 징역형 평균은 1년 1개월로, 법이 정한 하한선에 가까웠다. 법인에 내려진 벌금도 평균 1억1140만원이었지만, 20억원의 이례적 사례를 제외하면 7280만원에 불과했다. 입법조사처는 "사람이 죽거나 다쳐도 수억 원 벌금이면 그만인 구조"라며 "법의 억제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재해 예방 효과 역시 뚜렷하지 않았다. 법 시행 이후 재해자 수는 오히려 늘었고, 사망자 수는 매년 2000명 안팎으로 정체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개선 효과가 없었고, 5~49인 사업장에서만 일부 사망률 감소가 확인됐다.
작업 현장 변화도 제한적이었다. 새로운 작업 방식 도입이나 물리적 위험 요인(소음·화학물질 등)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영자의 안전보건 인식이 높아지고 관리 체계가 일부 구축된 점은 긍정적 변화로 꼽혔다.
입법조사처는 개선 과제로 ▲시행령·규정 정비 ▲수사 전문성 강화 ▲경제적 제재 도입 ▲합리적 양형기준 마련을 제시했다. 특히 사건 지연을 막기 위해 노동부·검찰·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중대재해 합동수사단(가칭)' 설치를 권고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평균 벌금이 7000만 원대라는 현실은 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기관 전문성 강화와 양형기준 정비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