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8.31 07:20

한미정상회담 이전 망설이던 조선사도 대미 투자 본격화
수주가뭄 우려·떨어지는 채산성 등 3사별 리스크도 상존

이재명(왼쪽 네 번째) 대통령과 김동관(왼쪽 다섯 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이재명(왼쪽 네 번째) 대통령과 김동관(왼쪽 다섯 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 이후 국내 조선 빅3(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양국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참여에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한화오션 대비 미국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던 HD현대는 지배구조까지 개편했고, 미국과 협업조차 망설이던 삼성중공업도 전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보수적인 조선업 특성상 수주 전망 및 투자 대비 수익이 불투명하다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오는 12월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을 합병키로 결정했다.

이는 그룹 지배구조 단순화 및 미래성장동력인 조선과 방산 사업 기술 초격차 확보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수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HD현대중공업은 수년간 축적된 군함 등 수상함 건조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중형 특수선 건조에 필요한 설비와 숙련된 인력을 갖췄다. 양사 역량이 결합되면 함정 사업에서 설계와 건조, MRO에 이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HD현대는 KDB한국산업은행 및 미국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탈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 계약은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와 해양 물류 인프라 및 첨단 해양 기술 개발 등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D현대는 선박 고정에 쓰이는 앵커(anchor) 투자자이자, 기술 자문사로서 참여해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군 MRO 전문 조선사인 비거마린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이 미국과 협력하는 대형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협약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자사의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미 해군 지원함 MRO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상선 및 특수선 공동 건조까지 협력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사진제공=HD현대)

한화오션은 3사 중 가장 미국 투자에 적극적이고 행보도 발빠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찾아가는 등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 의미까지 부여했을 정도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 한화시스템과 함께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약 1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본토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아 필리조선소에 7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단행, 연간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그룹 계열사 한화해운은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1척을 최초로 발주하는 등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미국 조선 시장은 현재 글로벌 점유율이 0.1% 밖에 되지 않으나, 한국 조선 기술력이 유입되면 양적으로도 세계 1위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조선은 규모가 작아 거의 하지 않고,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주로 영위하는 MRO만 해도 방산에만 국한한 미국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81조원이었고, 오는 2029년에는 9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진다. MRO보다 더 큰 상선 건조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규모와 성장세는 측량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3사 모두 미국 투자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HD현대는 한화오션처럼 현지에 직접적인 조선소 인수 대신 미국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및 산은과 투자 펀드를 조성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이 전략은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사업 운영 주도권 확보가 어려워 예상보다 수익 창출이 더디고,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 현지 조선소의 낙후된 기술력과 운용 비효율성 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최성안(왼쪽 두 번째) 삼성중공업 대표가 김정관(맨 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 프란체스코 발렌테(왼쪽 세 번째) 비거마린그룹 대표이사 및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최성안(왼쪽 두 번째) 삼성중공업 대표가 김정관(맨 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 프란체스코 발렌테(왼쪽 세 번째) 비거마린그룹 대표이사 및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의 MRO 협력 방안 또한 직접적 투자가 아닌 협력 방식으로 사업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이나 운영에 있어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고, 미국의 정책에 따라 사업이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HD현대와 비슷한 양상이다. 더욱이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특수선(군함) 사업 경험이 없어, 미국 방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가장 리스크가 큰 곳은 역시 한화오션이다. 필리조선소만 해도 인수 당시 적자 상태였고, 높은 운영 비용과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가 불확실하다. 신규조선소에는 발주를 잘 하지 않는 조선업계 특성상 당분간은 한화해운 사례처럼 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실이 확대되면 리스크가 그룹에 전이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현지의 숙련공 부족과 고임금 구조도 필리조선소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기술 및 인력 유출로 인한 초격차 경쟁력 상실도 우려된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마스가 지원법에 미국 현지 투자와 함께 국내 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의무화하고, 기술 유출 방지 조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조선 인력에 대한 처우 및 복지 확충, 기술 관련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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