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9.04 18:02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K-소스'와 '푸드 컨설팅'을 앞세워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소스 브랜드명은 사명의 영문 첫 글자를 따온 'TBK(The Born Korea·더본코리아)'다. 백 대표가 해당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더본코리아가 올린 해외 매출은 42억원으로, 이를 2030년까지 1000억원으로 늘리는 건 5년 만에 2280% 성장하는 셈이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기에 어떤 비책이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백 대표는 그런 의구심 따윈 애당초 있을 수 없다며 매출 1000억원을 '기본값'이라고 강조했다. 1000억원은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며 그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는 장밋빛 구상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 창출된 매출을 글로벌 투자와 개발로 연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다시 국내 연구개발(R&D)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백 대표가 '빽햄'부터 '감귤맥주'까지 농가상생 선순환 발언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은 것을 상기한다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더욱이 TBK 소스가 회사의 히든카드라 강조하고 있지만, 회사는 관련 정보를 선별적으로 공개했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식품제조사업에서 대다수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외주 공급하고 있다. TBK 소스도 자체 생산이 아닌 OEM일 가능성이 크고, OEM이라면 어느 업체가 담당하는지 궁금해지는 사항이다. 제조 역량을 확보한 검증된 업체에게 OEM을 맡긴다면 TBK 소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어느 업체가 TBK 소스 제조를 담당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TBK 소스가) 출시 전이기 때문에 사전 동의 없이 OEM 업체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OEM 업체가 어디인지 밝히는 것이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상표 뒷면에 게재된 기본 정보를 대외비라 말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어 "고객사는 더본코리아지 않냐. OEM 업체에게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되묻자 "그런가? 잘 모르겠다"고 입을 닫았다.

잘 알다시피 올해 백 대표는 회사가 뿌리째 흔들리는 수난을 겪었다. 빽햄 논란을 도화선으로 원산지표시법과 식품위생법, 농지법 위반 의혹 등 소위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런 논란들은 가맹점들에게 옮겨붙었고,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300억원의 재정지원도 모자라 최근 백 대표가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는 몸부림으로 이어지고 왔다.

혹독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홍보 담당자의 아연실색 답변은 '표리부동'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회사 이미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말 한마디가 진정성을 의심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경영학자들은 투명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들의 위기 극복에 함께 하겠다며 수백억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소통의 기본을 무시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 힘들 것이다. 해외 매출 1000억원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투명한 소통이 우선이지 않을까. 화려한 숫자보다 일상의 소통이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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