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9.15 13:54

16일부터 일본차 관세 15% 적용…현대차와 10%p 차이
서방학자 "대미 투자보다 자국 수출업체 지원이 더 낫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25%를 적용받지만, 일본은 내일부터 미 수출 관세가 15%로 낮아져 양국 격차가 10%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구금 사태 여파로 '차라리 25% 관세를 감수하자'라는 여론까지 힘을 얻는 분위기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달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는 미국 관세는 기존 27.5%에서 15%(기본관세율 2.5%+품목관세 12.5%)로 인하된다.

반면 한국은 아직 '구두 합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25%가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관세율 역전은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는 현재 미국에서 2만2125달러(약 3100만원)로 판매가격이 책정돼 경쟁 차종인 토요타 코롤라(2만2325달러)보다 저렴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관세가 부과된 이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에만 현대차는 8280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 만일 25% 관세를 적용하면 2만7656달러로 코롤라(2만5674달러)보다 2000달러(약 347만원)가량 비싸진다. 기아 스포티지 HEV 역시 도요타 라브4 HEV보다 가격이 높아져 점유율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상호관세를 25→15%로 낮추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투자 방식과 비관세 장벽 해소 문제에서 교착 상태를 겪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합의를 근거로 투자 대상 선정 주도권과 이익의 90% 귀속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보다는 국내 수출업체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서방 싱크탱크 CEPR의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트럼프는 합의를 맺어도 추가로 돈을 요구할 수 있다"며 "차라리 관세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를 직접 지원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취지의 회의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최근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하고 있다. (출처=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최근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하고 있다. (출처=ICE 홈페이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합작 배터리 공장 노동자 구금 사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완화하려 했으나, 이번 사태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량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려 했으나 인력 파견이 막히며 증설이 지연됐고,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공장도 멈춰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그 자리들을 어떻게 채울지 모색해야 하고, 대부분 (고용할) 사람들이 미국에 있지 않다"며 "이번 사태로 공장 건설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는 4분기 들어 관세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연합(EU)이 15%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와의 경쟁까지 더 불리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이 이미 15%로 낮춘 만큼 한국도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다만 이번 타결 지연이 최근의 공장 구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25%는 미국 내 외국산 자동차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일본·EU와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연간 최대 10조원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현대차그룹은 할인으로 비용을 떠안거나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을 분담할 수밖에 없어 경쟁력 저하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 역시 직접적인 수출 지원은 통상 규범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간접적 보상 방안을 현대차와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해 8월 28일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공개한 하이브리드차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해 8월 28일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공개한 하이브리드차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한편,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에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이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국 시장에서의 중장기 투자 방향과 수익성 개선 전략 등을 투자자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관세 대응을 비롯해 하이브리드(HEV), 로봇 관련 사업 전략, 주주환원 규모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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