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11 15:35
금융노조, 건강권·생존권 강조…영업시간 조정·사회공헌 대안까지 제시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정부가 주4.5일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주문하며 금융권을 핵심 실험무대로 지목했다.
금융노조는 주4.5일제를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존권 문제라고 규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신속한 제도화를 촉구했다.
다만 대국민 서비스 불편과 노사 협상 난항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주4.5일제 도입이 가능한 사업장은 노사 자율로 신속히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 논의를 병행하되, 금융권을 중심으로 '노사 자율형' 시범 도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정년 연장과 주4.5일제는 정부가 국민 앞에 약속한 과제"라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에게도 직접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4.5일제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저출산·저성장 대응 ▲청년 일자리 창출을 노리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영업망과 조직 규모가 크고 제도 변화가 사회 전반으로 전파되는 속도가 빠른 만큼 '파일럿 모델'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주5일제 도입 당시 금융권 노사가 2002년 합의했지만, 전 사업장으로 확산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주4.5일제를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닌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로 규정한다. 금융노조 조사에 따르면 금융노동자의 80%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감정노동자로, 장시간 노동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고객 앞에서 웃음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원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매우 높다"며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환경 개선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제고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주4.5일제 도입 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는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김 위원장은 "실제 고객 방문은 오후에 집중되는 만큼, 오히려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노사 협의를 통해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산업공익재단을 중심으로 노동시간 격차 해소와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는 주4.5일제를 법제화 이전에 금융권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해 제도적 안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권 노사 교섭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진은 주4.5일제 도입을 영업시간 단축으로 인식해 결국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근무시간이 줄면 인력 보충 또는 근무 효율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금융노조는 신규 채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은행법과 근로기준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4.5일제가 금융권에서 먼저 시행될 경우, 근로문화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을 시범 도입 대상으로 지목한 이상, 노사 간 합의 속도에 따라 제도 도입 시점이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며 "주5일제 당시처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 5년 이상 소요되던 패턴을 단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