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16 17:30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하락종목 두 배 많아
섬유·의류·자동차·통신株 '소외'…종목 간 불균형 심화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외국인들의 '사자' 행렬 속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440선을 넘어서는 등 연일 전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특정 업종에 집중되자 증시 건전성을 위해 '불장' 속 소외된 종목들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서 상승한 종목은 298개, 하락한 종목은 571개로 주가가 내린 종목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수 종목이 이른바 '멱살을 잡고' 코스피를 끌어올린 셈이다.
신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 등 대형주가 주도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6월 4일부터 9월 15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전기·전자 업종은 40.3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6.3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단연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지난 1월 2일 각각 5만3400원, 17만1200원에 거래됐던 두 종목은 이날 7만9400원, 34만8000원으로 마감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각각 48.69%, 103.27%에 달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선순환이 클라우드 업계의 서버 투자 확대를 이끌고 있다"며 "D램뿐만 아니라 낸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황 강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코리아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험(38.36%)과 증권주(37.58%) 역시 같은 기간 코스피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모든 종목이 웃은 건 아니다. 반도체와 금융주가 랠리를 주도하는 동안 내수주를 비롯한 일부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6월 4일부터 9월 15일까지 섬유·의류 업종은 2.17% 하락했다. 여름철 계절적 요인에 따른 소비 부진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종도 정체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 21만1500원에서 전날 종가 21만5000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기아 역시 1월 초 10만1600원에서 15일 10만1700원으로 보합세를 이어갔다. 국회에서의 '노란봉투법' 논의와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대외 변수는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다.
통신주는 해킹 사고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SK텔레콤의 대규모 유심 해킹과 KT의 소액결제 해킹 피해로 주가가 흔들리며, 이달 들어 SK텔레콤(-0.55%), KT(-3.00%)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형주 쏠림 현상이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주의 실적이나 글로벌 이슈에 따라 지수가 크게 흔들릴 경우, 소외 업종이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 온도차도 문제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개인들은 일부 종목에서 손실을 보며 활황장의 수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증시 신뢰와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체력을 키우려면 중소형주에도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 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소형주와 성장 잠재력이 큰 신산업 종목을 함께 키워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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