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9.13 08:00

코스피,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00일 간 23.91% '껑충'
'문민정부' 넘어 역대 최고 상승률…외국인 '순매수' 영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쓴 코스피는 이제 5000포인트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향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코스피의 상승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그러나 100일간의 랠리와 정책 모멘텀만으로는 장기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 코스피가 전고점을 경신할 수 있던 이유와 향후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위해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역사를 쓰고 있다. 이번 신기록 작성은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니라 외국인 자금의 귀환, 정책 모멘텀, 그리고 새 정부 출범 100일 만에 이룬 성과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23.91% 상승…"외국인이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뒤 한국 증시는 암흑기를 맞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안정한 정국 상황에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한국 증시에서 빼냈다.

계엄 이후 국내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4월까지 약 5개월간 코스피에서 18조86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외국인 자금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유턴했다. 새 정부가 밝힌 규제 완화, 주주친화 기조가 투자자 신뢰 회복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한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수 상승을 이끈 건 돌아온 외국인이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8522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하고, 잇따라 신기록을 작성한 것은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돋보이는 흐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6월 4일 2698.97에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취임 100일째인 지난 11일 3344.20에 장을 닫았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무려 23.91%로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역대 정부 중 1위다.

역대 대통령 취임 후 100일 코스피 등락률을 보면 ▲문민정부(12.15%) ▲이명박정부(8.74%) ▲참여정부(4.23%) ▲문재인정부(3.01%) 등은 상승한 반면 ▲박근혜정부(-2.96%) ▲윤석열정부(-3.61%) ▲국민의정부(-36.86%) 등은 하락했다. 지금까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12.15%)가 상승률 1위였단 점을 감안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성적표(23.91%)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2025년 월별 외국인 순매수 추이. (자료제공=한국거래소)
2025년 월별 외국인 순매수 추이. (자료제공=한국거래소)

◆ '예방주사' 된 세제 개편안…주식 양도세 기준 동결 기대에 '전고점'까지

이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는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월별로 보더라도 8월(-1.83%)만 소폭 하락했을 뿐 6월(13.81%), 7월(5.66%), 9월(4.97%)에는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8월 코스피의 일시적 부진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이 강화된다는 소식의 여파가 컸다. 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기존 50억원이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코스피 5000'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란 지적이 쏟아졌고, 개편안 발표 이후 8월 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3.88%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기준 강화로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생긴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10일 코스피는 3344.20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튿날인 11일에는 3344.20, 직전 거래일인 전날(12일)에는 3395.54에 장을 닫으며 사흘 내리 역대 최고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12일 종가 기준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김아현 기자)
12일 종가 기준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김아현 기자)

◆ 올해 주가지수 상승률 G20 국가 '1위'…시가총액도 '역대 최고'

세계로 눈길을 돌려도 올해 코스피의 상승률은 두드러진다.

2025년 코스피 상승률은 지난 10일 기준 38%로 2위 러시아(24%)에 큰 격차로 앞선 1위다. 9월 기준 상승률 역시 4.0%로 2위 멕시코(3.4%)를 따돌렸다.

이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재부각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고, 관세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자 상장 시가총액도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2750조원으로, 동학 개미 운동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7월 6일(2314조원)과 비교해 약 440조원 불었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고점) 돌파는 이익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모멘텀이 시장을 지탱한 점이 두드러진다"며 "금리 인하 기대와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결합해 실적 공백을 밸류에이션이 메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