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9.20 08:10

외통위, E4 비자 실효성 논의…"트럼프 행정 기조와도 부합"

김석기 외통위원장과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 비자 관련 토론회'에서 전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석기 외통위원장과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 비자 관련 토론회'에서 전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우리나라는 美 조지아주 이민당국의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된 것이 미국 비자 발급 문제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비자 제도'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이 문제를 순리적으로 풀 수 있을지 모색해봤다.

마침 이 문제와 관련해 19일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가 주최하고 미연방의원협회 (FMC, The Association of Former Members of Congress)가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관련 문제들을 심도있게 다루며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

방한중인 미국전직연방하원의원(FMC)들이 19일 국회 외통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회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방한중인 미국전직연방하원의원(FMC)들이 19일 국회 외통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회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美, 고용기회 상실 면하려면 제도적 대응 필요"

정만석 이민법인 대양 미국변호사는 19일 "최근 한국의 화학기업은 미국 미시간주에 약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제조시설 설립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캐나다를 선택했다. 캐나다가 핵심 기술 인력 유입에 대해 제도적 유연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실질적인 고용 기회를 상실하지 않으려면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한미 경제 동맹 발전을 위한 정책 논의: E4 비자 신설에 대한 필요 및 실효성 토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기업의 투자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증언이다. 이 문제와 연동돼 최근 한미 간 비자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직 비자(E4) 신설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B1·H-1B·L1비자, 발급에 수개월 걸리고 장기체류 어려워

현재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하려면 전문직 전용 취업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 필수 직원 비자(E2)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비자는 발급에 수개월이 걸리고 실제 비자를 받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이에 많은 기업이 회의 참석이나 계약 목적인 상용 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 출장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이 비자들은 미국내 고용계약 체결과 장기간 체류 목적 근무는 허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장비의 직접 설치, 조립, 수리, 배선 작업 및 미국 내 고용주로부터 급여를 받는 엔지니어 업무도 허용되지 않는다. 

각종 비자의 비자유형과 한계는 다음과 같다. H-1B 비자는 '전문직 전용 취업비자'의 성격인데, 이를 발급받기 위해선 전문 분야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해야 하고 고용주 스폰서가 필요하며 연간 쿼터는 8만5000개로 제한돼 있다. 게다가 추첨제 시스템으로 결과 예측이 불가능하고, 신청시기 및 개시일도 고정돼 있다. 이에 더해 제한된 비자 수로 전략적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거론된다. 

L-1 비자는 주재원 파견용 비자인데 미국내 계열사 혹은 자회사가 존재해야 하고 최소 1년 이상 해당 기업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방대한 서류 제출 요구 및 신규 사무소 L-1 비자는 1년간만 유효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E-2 비자는 필수 직원용 비자다. 투자자와 직원을 위한 비자인데, 관리자와 필수 직원 파견이 가능하다. 하지만, '필수성'의 기준이 모호하고 갱신의 불확실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E4비자 신설, 대안으로 떠올라

이런 상황에서 E4 신설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4는 ▲연간 1만5000개 비자 발급 상한 ▲전문인력 ▲비이민 임시 취업 등을 조건으로 한다. 특히 미국 근로자 대체 금지 조항이 들어있어 고용주는 E4 인력이 미국 근로자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관련 법안(Korea Partner Act)은 2013년 미국 의회에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고 올해 3월 연방의회에서 재발의된 상황이다. 정 변호사는 "E4는 외교·무역·경제·이민 분야 전반에서 실용적 해법으로 인식되면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미국에 이익이 되는 거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E4가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산업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수단임을 강조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가 한미 관세협상으로 3500억달러(약 488조원)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E4가 한국 기업들의 투자 프로젝트를 초기에 안착시키고 미국 내 고용 창출을 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얘기다. 정 변호사는 "E4는 미국의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외통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조지아주 사태는 늘어나는 대미 투자 규모에 비해 수십년간 경직된 비자 발급 시스템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터 와이클린 미국전직연방하원의원(FMC) 대표는 "오늘 논의한 내용을 미국 정치권과 공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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